최근 법무부가 일부 검사들에게 ‘해임’이라는 징계 결과를 내렸다. 이들은 지난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윤석열 정부를 공개 비판한 인물이다. 검사들에 대한 징계는 지난 수년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뇌물과 성비위 등 개인 일탈에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면, 최근에는 이들처럼 다소 정치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문제들에 중징계가 내려지고 있다.
6일 관보에 게재된 법무부 공고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 동안 10명 안팎의 검사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검사 징계는 견책, 감봉, 정직, 면직, 해임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그중 해임은 가장 높은 수위다. 해임된 검사는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과거 해임 사유는 부적절한 인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등 검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이 주를 이룬다.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은 현직 검사장으로서 첫 해임 징계가 내려진 사례다. 그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같은 해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고 증거인멸을 교사하거나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모 전 부장검사는 2015~2019년 세 차례나 음주운전이 적발돼 해임 처분을 받았다.
2013년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여러 차례 가진 검사, 2020년 수사관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검사들이 각각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이유로 해임 처리됐다.
반면, 최근에는 정치적인 발언과 행보가 문제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최근 법무부는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성윤 연구위원,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에 해임을 결정했다.
신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던 2020년 한동훈 검사장(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대화 내용이라며 KBS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명예훼손)로 올해 1월 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출판기념회나 각종 언론 인터뷰, SNS 등을 통해 8차례에 걸쳐 검찰을 모욕·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돼 해임 처분을 받았다.
박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2020년 10월 ‘채널 A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검사장(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법무부·대검찰청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감찰하고 있었다.
세 검사 모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건을 주도하거나 연루돼 해임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지난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물이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징계 결과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징계가 공정했는지 여부는 별개로 두고 징계 결과가 공평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일부 검사들은 정권과 색깔이 가깝다는 이유로 징계를 피하거나 가벼운 수준으로 끝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에 자체 감찰 이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고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음에도 징계 청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손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도 이 연구위원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으나 그는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이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그만큼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렸다는 반증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에게 가장 무거운 죄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성범죄나 뇌물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비위가 무거운 죄인지,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어 검찰의 생명인 신뢰성을 건드는 행위가 무거운 죄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 검사들은 정치적인 행보가 없었는데 지난 정부를 거치며 그런 사례가 늘어났고, 이에 대한 단죄가 지금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