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테크ㆍ금융어드바이저 서비스 상담사 조언
“단순 정보 전달 넘어 사회적 유대감 느끼게 해주는 ‘인생 상담’”
“일대일 재무상담 전국 확대 전 상담사 인재 양성에 힘써야”
“‘비상금’은 내가 일을 안 할 때 한 달에 무조건 나가는 소비자금을 뜻하는 거예요. 청년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재취업이 가능하니까 보통 석 달 치 비상금을 모아두도록 권합니다. 비상금을 너무 크게 두면 안 돼요. 소비하다가 부족하면 계속 끌어와서 많이 써버리니까요. 신청자님의 경우,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니 비상금 계좌에는 월 필수 소비자금의 두 달 치만 넣어두고 그 금액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노력하셔야 합니다.”
청년세대(1996년생)인 기자가 재무상담을 받으면서 제일 ‘뜨끔’했던 부분이다. 여유가 있을 때는 ‘비상금’ 계좌에 돈을 왕창 넣어두곤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계획과 달리 소비가 많은 달에는 그 계좌의 돈을 죄책감 없이 가져다 썼다.
최근 기자가 청년들에게 맞춤형 재무상담을 제공하는 ‘금융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직접 받으며 그동안의 경제습관이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한 달 전 대면 상담을 신청해 소비, 지출관리와 저축, 투자에 대한 상담이 진행됐다.
금융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하고 한국 FPSB가 수행하는 것으로, 사실상 첫 번째 ‘전국 거주 청년 대상’ 금융교육 사업이다. 비슷하게 재무상담과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서울 영테크 사업도 있지만, 서울 거주 청년에 한정된 탓에 경기도 거주 청년인 기자는 ‘맛보기 체험’만 가능했다.
이전에 재무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떤 얘기가 오갈지 감이 오지 않았다. 상담을 받기 전 기초 정보를 적는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가장 큰 장벽은 지출 내역이었다. 평소 가계부를 쓰는 습관이 없는 탓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가 많았다. 예컨대 친구나 동료의 결혼식에서 내는 축의금, 두 달에 한 번 정도 나가는 미용실 비용은 생각하지 못해 적지 않았다.
평소 어떤 지출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점에 좌절한 기자에게 상담사는 “그런 신청자들이 많다”고 위로했다. 고아라 금융어드바이저 상담사는 “이전에 상담했던 고객의 경우, 월별 현금유입과 지출 간 차이가 너무 커서 살폈더니 20여 개의 월별 추가 지출 사항이 있었다”며 “상담하는 1시간 동안 계속해서 지출 내역을 추가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 이정민 서울 영테크 상담사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적금 만기가 됐을 때 만기 수령금의 ‘끝자락’을 떼지 말고 다시 재예치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담사는 “예컨대 적금 만기로 1374만6893원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이자는 내가 써야지’하는 마음으로 뒤를 떼어내고 1300만 원만 다시 저축하는데, 이러면 돈이 모일 수가 없다”며 “돈 모이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만기 후 이자를 포함한 전액을 바로 예금 상품에 집어넣어서 ‘복리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때 ‘예금 상품’이란 단순 입출금 계좌가 아니고, 1~3년짜리 만기 예금 상품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또, “예금 상품으로 묶어둔 것과 별개로 다시 적금 상품을 들어 매달 납입해야 한다”며 “내가 목돈으로 마련해 놓은 돈을 다시 적금으로 분리하지 말고 예금으로 넣어야 이자가 많이 붙는다”고 했다.
이밖에 고 상담사는 기자에게 매달 청년도약계좌,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퇴직연금(IRP) 자동이체를 활용해 소비자금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두 번의 재무상담이 끝난 후 가장 아쉬운 점은 ‘더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소비 습관, 생활 패턴을 한번 공유했던 상담사에게 나의 한 달 뒤, 석 달 뒤 모습을 보여주고 개선점을 다시 진단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만 느낀 아쉬움이 아니었다. 박준혁 한국 FPSB 사무국장은 영테크와 금융어드바이저 사업에서 청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점이 “다 끝나고 나서 더 물어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고 했다.
박 사무국장은 “청년들은 첫 번째 상담 때 직장인이었다가 두 번째 상담 때 실업자가 되거나 퇴사 후 학교에 가는 사례가 있는 등 변동성이 크다”며 “최소한 3년 정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상황 변화에 맞게 청년의 판단력을 키워줄 수 있는 수준으로 조언을 주면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테크와 금융어드바이저 서비스 모두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지난해 상담을 진행했던 상담사가 다음 해에는 참여하지 않을 수 있어 연속성이 떨어지는 한계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청년에게 유효한 상담을 해주기 위해서는 3~5년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차례에 걸쳐 두 시간이 조금 넘게 재무상담을 받으며 ‘심리상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상담사가 청년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자료 영향이 컸다. 상담에 앞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지향하는지, 여러 일을 다양하게 하는 것을 원하는지 등을 체크했다. 고 상담사는 “재무 목표와 실행 계획을 짜려면 신청자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봤다”며 “재단에서 제공하는 양식 외에 자체적인 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 사무국장은 서울 영테크 상담사로, 금융어드바이저 서비스 관리자로 활동하면서 들은 후기 중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돈’에 대해 질의하고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인생 방향을 잡아주고 사회적 유대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대일 재무상담의 의미가 크다고 봤다. 박 사무국장은 “단순히 필요한 지식,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청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 재무상담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상담사 역시 “재무상담은 인생 전반을 설계하는 상담이기 때문에 심리상담과 진로 코칭 등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상담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예컨대 금융당국이 전국적인 일대일 맞춤형 재무상담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전에 상담사들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