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산 클러스터 경쟁력, ‘80% 이하’라는 진단

입력 2024-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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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위산업(K방산) 클러스터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어제 ‘국내외 방산 클러스터 최근 동향 분석과 한국형 방산 혁신 클러스터 구축 방안’ 보고서를 통해 창원·대전·구미의 경쟁력 수준이 선진국 대비 67~77% 수준이라고 했다.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이 기대되는 2027년에도 80% 초반대 경쟁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이 체감하는 K방산 역량은 클러스터와는 다르다. K방산의 지난해 수출은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세계 ‘톱10’ 수출국이다. 수출 대상국은 2022년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늘었다. 수출 무기체계도 6개에서 12개로 다변화했다. 눈부신 성장세다. 3년 후 세계 시장 점유율 5% 돌파가 목표다. 이렇게 되면 2018~2022년 9위(2.4%)에서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에 이어 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낭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 ‘천궁-Ⅱ’,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경공격기 ‘FA-50’, ‘K-2 전차’ 등 수조 원대 수출 계약이 체결됐거나 협상이 진행 중이란 소식이 전해진다. 수출금융 지원도 숨통이 트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수출 지표가 화려한 꽃망울이라면, 클러스터 경쟁력은 K방산의 뿌리고 줄기다. 모름지기 밑바탕이 부실한 채로 잘 자라는 나무는 없다. 방산 클러스터는 방산에 특화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지역으로, 창원·대전·구미가 국내를 대표한다. 정부는 2020년 창원, 2022년 대전, 2023년 구미를 방산 클러스터 지원 대상지로 각각 선정했다. 다만 지원 청사진만 그럴싸할 뿐 지원 실행 규모는 상대적으로 소액이고, 클러스터 역량은 아직 초라하다는 한계가 있다. 산업연 보고서가 그 맹점을 찔렀다.

산업연은 “선진국 대비 인프라, 앵커기관(기업) 유치, 거버넌스, 전문인력 양성 등의 여러 측면에서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수출 성과에 취해 김칫국만 마셔서는 안 된다. 방산 생태계 구축 없이는 반짝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이 독보적 1위를 지키는 이유 중의 하나는 헌츠빌, 포트워스와 같은 세계적인 방산 클러스터에 있다. 우리 클러스터의 경쟁력은 어떤지, 묻고 챙겨야 한다. 창원을 과연 포트워스와 견줄 수 있나.

K방산의 고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 장점이 언제까지 시장에 먹힐지 알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절반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른 수입국도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방산은 국가대항전이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 K방산의 날개가 될 클러스터 경쟁력 강화 방안부터 재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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