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유지 기간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인상빈도 증가 영향”
“해외 중앙은행, 디스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에서 기업 가격조정행태 관찰 지적”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이 11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에 따르면 월평균 가격조정 빈도(인상·인하 빈도)는 2018~2021년 월평균 11% 수준에서 2022~2023년 15.6%로 높아졌다.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적인 상품가격 유지 기간은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는 의미다. 가격조정 빈도 분석에는 할인 등 일시적인 조정은 제외됐다.
인상 유지기간은 16.1개월(2018~2021년, 월평균 빈도 6.2%)에서 10.1개월(2022~2023년, 월평균 빈도 9.9%)로 6개월이나 축소됐다. 그에 비해 인하 유지기간은 20.8개월(2018~2021년, 월평균 빈도 4.8%)에서 17.5개월(2022~2023년, 월평균 빈도 5.7%)로 3개월 가량 줄었다.
기업의 가격조정행태는 주요국 중앙은행, 연구기관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영란은행은 기업의 가격조정행태 변화로 향후 인플레이션의 모멘텀이 강화될 리스크를 작년 4월에 언급했다”며 “유럽, 캐나다 중앙은행 등도 디스인플레이션의 라스트 마일에서 기업 가격조정행태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음을 올해 1월에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시기에도 기업의 가격조정행태가 예상 밖으로 변화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가격조정 빈도가 팬데믹 이전 10%대에서 이후 20%를 웃도는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팬데믹 이후 생필품가격의 조정빈도는 인상빈도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조정폭의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원재료 비중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가격 인상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기업들은 가격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 조정을 선호함에 따라 물가상승률과 가격 인상빈도 간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에는 기준가격 뿐 아니라 할인 등 일시적 가격조정을 포함한 일반가격의 가격조정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질수록 충격이 물가로 빠르게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물가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에는 동일한 비용상승충격에도 인상빈도가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미치는 영향이 물가안정기(2%)에 비해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물가 상황을 판단 시 가격조정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분절화, 지정학적 갈등, 기상이변 등의 크고 다양한 충격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경계심을 상당기간 이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 가격설정행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물가 상황을 판단 시 가격조정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