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꼬셔야 할 때 예쁘고 멋있게 치장부터 하거나,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 말하고 행동하려고 애쓸 것이다. 하지만 A는 상식과 반대로 멀리 떨어진 채 거리를 유지했다. 왜? 자연스러워야 성공할 테니까. 자신을 아무리 꾸미려고 노력해도,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면 아예 관계가 시작되지 않을 테니까.
나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사회복지사 동료들에게 질문을 받다 보면, 이런 사연을 종종 듣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잘못하지 않았거든요. 어르신을 만나면 언제나 인사부터 깍듯하게 드렸고, 늘 친절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일하다가 본의 아니게 작은 오해라도 생기면 너무나 냉정하고 섭섭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일 겪으면 크게 소진된다고 느껴요.”
친절한 태도는 무엇일까? 대개 우리는 특정한 표정, 특정한 말투, 특정한 행동을 기준으로 삼아서 친절과 불친절을 판단한다. 누군가 우리에게 웃는 표정을 짓고, 살짝 높은 솔 톤으로 말하며, 개방적인 몸짓을 보이면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친절한 태도를 나타내는 외적인 징후를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대단히 시야가 좁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해도, 평생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고 학대받으면서 살았다면? 처음에는 친절하게 접근했지만 일단 친해지고 나서는 자기를 속이고 피해만 입히는 나쁜 사람을 주로 만났다면? 상식적으로 친절한 태도를 친절하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 때부터 늘 사람에게 친절하라고 교육받는 사회복지사 동료들에게 거꾸로 말한다. “처음부터 너무 친절하게 말하고 행동하지 마세요. 여러분에게 도움을 받는 분들은 여러분과 전혀 다른 세상을 사셨을 테니까요. 일부러 불친절하게 대하란 말이 아니에요. 상대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라는 말입니다. 부담스럽지 않아야 진짜 친절입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