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니스트ㆍ전 부산교대 교수
젊은이의 ‘이익 관점’서 살펴봐야
미혼모 받아주는 톨레랑스 아쉬워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지난해 출산율 0.72명으로 유일한 1명 미만 국가이다. 게다가 작년 4분기 출산율이 0.6대로 떨어져 인구절벽은 가속화되고 있다. 올 157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하였다. 상당 기간 매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재정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산율이 하향 추세인 것은 재정적 수단에만 매달린 당국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육아의 여성 부담 편중,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 여성의 사회 경력 단절,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등이다. 정부의 대책도 이에 맞추어져 있다. 출산지원금 지급, 각종 육아수당 증설 지급, 아파트 분양 혜택과 같은 주거 지원, 난임이나 산후조리에 드는 의료비 지급 등이다.
충청북도는 출생아 1인당 1000만 원씩 5년 동안 지급하고, 출산과 육아에 드는 각종 의료비 등을 설정하여 재원을 가장 파격적으로 투입한 결과, 2023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0.02 증가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충북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로 얻어낸 성과는 미미하다. 충북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미봉책인 재정 투입 위주 정책은 설령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국가 소멸 위기’에 대처하는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20대 대학생들에게 출산장려금이 얼마면 출산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으면 그 질문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낸다. 가임기의 젊은 여성들을 돈 투입하면 아이 생산하는 ‘벤딩머신’으로 취급한다는 자괴감이 든다는 반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가 주도의 재정 투입 출산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할 젊은이들의 이익의 관점에서 모색하는 것이다.
우선 인간의 이기심을 활용하여 결혼-출산-양육의 사회적 연계가 젊은이들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저명한 진화론자인 최재천 교수는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의 이기적 성향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손해일 뿐이다. 이를 놓고 ‘어른들’의 훈계조(訓戒調) 시각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희생할 각오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당위성과 보람을 강조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 차를 넘어, 출산과 양육을 바라보는 삶의 패러다임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세대의 ‘자기애’를 활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애는 개인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다(본지 2023년 11월 13일자 칼럼).
젊은이들의 자기애를 고려하는 방안 중 하나로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들 수 있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서유럽 국가들은 미혼모를 보는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매우 관대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미혼모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결혼-출산-양육의 사슬에서 벗어나 아이만 갖고 싶어 미혼모가 된 여교사의 자기애를 수용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필자에게 교육학자의 미혼모 인정 주장은 공직자의 ‘품위 유지’를 훼손한다는 주변의 경고성 충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인식처럼 미혼모를 자기 절제력 부족의 불륜이나 불가항력 상황의 희생자로만 낙인찍어선 안 된다. 오히려 미혼모는 자신만의 삶인 ‘싱글돔(singledom)’을 추구하는 ‘싱글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혼모는 결혼-출산-양육의 고리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에 대한 ‘홀로 출산과 양육’이 주는 이익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로 보아야 한다. 명절 때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 질문을 삼가야 한다는 것은 논점이 같은 문제다.
저출산 현상이 자기애를 존중하는 젊은이들의 자기 결정권에 귀속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저출산 문제의 심인(深因)을 파헤쳐야 한다. 현행 국가재정 투입을 통한 부차적인 미봉책을 넘어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미혼모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