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압류한 러시아 자산서 발생한 이익 우크라이나에 지원 검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키이우/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동결된 자산에서 파생된 이익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에 20억~30억 유로(약 3조~4조 원)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약 1900억 유로(약 272조 원)의 러시아 국채 자산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에 동결됐으며, 현재 38억5000만 유로(약 6조 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2027년이 되면 관련 파생 총이익은 누적으로 2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클리어는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2600억 유로 중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유로클리어에서 벌어들인 러시아 제재 관련 이익을 압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FT가 확인한 제안서 초안에 따르면 유로클리어에서 나온 순이익의 97%를 EU 예산으로 이전한 뒤 매 분기, 또는 1년에 2회 주기로 우크라이나에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EU가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승인한다면 이르면 7월 첫 번째 자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안은 21~22일 EU 정상회의 전에 나올 것으로 FT는 관측했다.

그간 주요 7개국(G7)은 수개월간 러시아 압류 자산을 우크라이나 무기 조달 자금으로 활용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군사·안보 목적의 기금 조성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EU는 애초 이 자산을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에 쓰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이 공화당의 반대로 끊기자, 원금은 그대로 두고 투자 수익만 쓰자는 절충안이 이번에 제시된 것이다.

이 제안은 위원회의 최종 승인과 회원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 등 회원국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아울러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최근까지 발생한 수익금은 러시아 간의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로클리어가 보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로클리어는 이미 러시아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100건 넘는 소송을 당했다. 또 러시아 법원은 러시아 중앙중권예탁기관에 동결된 서방의 339억 유로의 압류를 명령할 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