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교수들 눈에 국민 피해는 보이지 않나

입력 2024-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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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새 갈림길을 맞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어제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그제 총회를 열어 18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참석 교수) 전원이 사직서 제출에 합의해 줬다”고 했다. 서울의대 소속 교수 1475명 중 43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긴급총회에서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전공의들은 정부 업무개시 행정명령에 꿈쩍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약 1만2000명에 달한다. 이탈률은 90%가 넘는다. 정부는 11일 기준 이탈 전공의 5556명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의료계 어른들인 교수들이 이런 국면에 환자 곁을 지키도록 전공의 설득에 나서기는커녕 국민 생명과 건강을 팽개치는 잘못된 행태에 외려 힘을 실어준 격이다.

의료 공백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던 환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중증 암 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항암 치료나 수술이 기약 없이 미뤄져 매일 불안에 떠는 환자와 가족도 부지기수다.

의대 교수들은 이런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전공의·학생 피해’를 강조하고 실력행사를 시사했다. 전공의와 똑같은 방식으로 국민과 정부를 겁박하고 나선 것이다. 후배·제자들만 보이고 국민 피해는 안 보인다는 것인가.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란 것인가. 뿌리 깊은 특권의식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정부는 굴복해선 안 된다. 의대 교수들도 의료인이다.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 의대 증원을 반기는 다수 국민만 보고 갈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차제에 의료 개혁의 고삐도 단단히 좨야 한다. 작금의 의료 대란은 전공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행 시스템 탓이 크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심각하다. 교수나 전문의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전공의에 의존하다 보니 인적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했다. 2021년 기준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의 37.8%를 차지했다. 전문의 채용 보상을 강화하는 등 전문의 중심 의료기관 재편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상급종합병원, 중형병원, 병·의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의료전달체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진료보조(PA)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 등 의사 집단이 번번이 가로막은 개혁을 적극 추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의사 눈치를 살피느라 묻어둔,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의료 복지 서비스들이다. 한의사·치과의사 업무 범위의 합리적 확대도 필요하다. 위기는 때로 기회가 되는 법이다. 누가 봐도 과도한 ‘의사 위주’ 의료체계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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