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이어 국세청도 공익 목적 가상자산 법인 계좌 개설
시장 “가상자산 법인 계좌 개설 단계적 허용” 기대감 커져
국세청이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매각하기 위해 세무서 명의 가상자산 계좌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에 이어 국세청도 법인 계좌를 개설하면서, 업계에서는 단계적으로 가상자산 법인 계좌가 허용될 거란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17일 본지 취재 결과, 국세청은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직접 매각할 수 있도록 세무서마다 별도 가상자산 계좌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체납자들이 가지고 있던 가상자산을 압류할 때에는 체납자가 국내 거래소에 가지고 있던 계정 자체를 동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세청이 체납세액 징수를 위해 계좌를 동결하면 체납자가 가상자산을 현금화했고, 그 현금을 국세청이 추심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이런 현금화 절차 없이 바로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추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납세자가 스스로 가상자산을 팔아야 그 돈을 추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납세자가 스스로 팔지 않은 것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체납자에게 징수 권한이 있는 건 세무서장이므로 각 세무서마다 별도 계정과 계좌가 필요하다”면서 “계좌와 계정을 만들고 연결하는 준비를 하고 있고 곧 진행될 것”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공익 목적 계좌부터 단계적으로 가상자산 법인 계좌를 허용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법인 계좌를 업비트·빗썸에서 열었다. 검찰은 압류한 가상자산을 검찰청 명의 가상자산 계좌를 통해 매각해 국고로 환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검찰청, 도청 등 정부기관 개방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등을 거쳐 추후 국내 법인까지 전면 허용하는 단계별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 공익 목적의 법인 계좌 발급을 허용해주는 기조로 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 물꼬가 앞으로 터질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 정책이라는 게 원래 한꺼번에 모든 걸 열어주지 않는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비롯해 금융당국은 법인 계좌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할 경우, 돈세탁 및 비자금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법인 계좌 허용 준비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막는 금지 법안은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행정 지도 아래, 은행은 법인 명의 계정의 실명 계좌를 막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세 조종(MM) 및 1위 거래소 업비트에 쏠리는 점유율 등을 해결하려면 법인 거래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법인 거래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제한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법인 고객의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해 보다 더 명확한 정책과 계도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법인 거래 허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꾸려지면 이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총선 공약으로 전문성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자본인 ‘스마트머니’부터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물밑에서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문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려면 결국 기관도 가상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면서 “시기의 문제이지,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법인 거래 허용에 대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