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2024년 5년째 꾸준히 감소…행정망 오류는 계속
SW 업계 “과업심의위 제 역할 못 해…변동형 계약제 필요”
행정전상망 마비 사태에도 공공 소프트웨어(SW) 선진화 사업비가 최근 5년간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분야 전산망 사태의 해법으로 지난 1월 대기업의 공공SW 사업을 허용하는 등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SW 선진화' 정책이 무색하다. 부족한 사업비는 사업자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 및 시스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방세입정보시스템 및 전자관보 등 전자 행정 서비스의 오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본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올해 공공SW 선진화 사업 예산은 36억6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공공SW 선진화 사업에 투입된 사업비는 2020년 48억 원에서 2021년 46억, 2022년 40억890만 원, 2023년 39억9000만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공공SW 선진화 사업비는 SW 사업 발주 시 기술 지원 및 대가 산정을 위한 정보 수집에 쓰인다. SW사업 관리 감독이 잘 이뤄지는지 살펴보는 민관합동 모니터링단 운영비와 SW사업 수ㆍ발주자 역량강화 교육비 등도 포함한다.
지난해 공공행정망 먹통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며 정부가 지난 1월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 및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개선 방안을 다루는 예산은 삭감한 것이다.
예산안은 12월 확정됐지만, 정부는 훨씬 이전부터 공공행정망 먹통 사태를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대규모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 허용을 논의했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 1000억 원 이상의 공공 SW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선안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월 업계와 논의 등을 거쳐 1000억 원에서 700억 원 이상으로 대기업 참여 문호를 낮췄다. 발주 시스템 개선 및 선진화에 들어가는 돈은 줄이고 대신 대기업에 공공SW 문호만 연 것이다.
그러는 사이, 공공행정망 먹통 사태는 되풀이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개통한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은 1900억 원대 예산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지속된 오류로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비판 성명까지 냈다.
19일 오후에는 행안부가 운영하는 전자관보 홈페이지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3시경 관보 게시 및 검색이 이뤄지지 않았다. 관계자는 검색 서버에 일시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관보 특성상 이용자가 많지 않아 큰 불편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전자관보 역시 여타 공공SW 사업 문제와 맥을 같이 한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2024년 전자관보시스템 유지 관리 사업은 지난해 10월, 11월 2번이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수의 계약을 맺었다. 2024년 전자관보 시스템 유지 관리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억 4333만 원으로 작년 대비 1000만 원가량 깎였다.
국내 SW 업계에서는 꾸준히 품질 저하를 야기하는 개발단가 현실화 및 제도 개선 요구한다. 가장 대표적인 대안으로 사업비 확보와 과업 조정을 유연하게 바꾸는 '변동형 계약제도'가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는 계약 목적과 금액을 확정시킨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두고 있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SW 사업은 기술 변화 및 고객 요구사항 변화, 법제도/정책 변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인해 변동성이 높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변동성의 크고 적음을 감안해 계약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부터 과업심의위원회를 의무화해 과업 변경에 따른 계약 금액 등을 조정토록 했으나, 현장에서는 주로 제안요청서를 확정하는 용도로 심의위가 열리고 있다. 조준희 회장은 "제안요청서상 '법령의 제개정 또는 정책 변동 사항을 반영한다'는 단 한 줄로, (처음과 달리) 요구사항이 상당한 수준의 개발을 요구할 수도 있다"라면서 "입찰 단계에서 과업 규모를 투명하게 만들어 해당 사업비에 따른 개발 규모의 베이스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