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은퇴 소신 따른 퇴임”...‘오너가 3세 경영’ 본격화 전망
큰형 김상헌 고문 일가 지분율 압도
동서 “김 회장, 70세 넘어 소신대로 퇴임”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지난해 3월 복귀한 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동서그룹의 지주사격인 ㈜동서의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동서식품 측은 1954년생인 김 회장이 평소 70세 이후 은퇴를 언급해온 만큼 ‘자연스러운 퇴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회장과 그의 형 김상헌 ㈜동서 고문이 최근 각각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식 증여를 한 만큼, 향후 3세 승계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석수 회장은 최근 열린 동서식품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그동안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고문이 그룹 지주사격인 상장기업 ㈜동서를 이끌었고, 김 회장은 ㈜동서의 계열사인 동서식품을 챙기는 구조로 사실상 ‘형제경영’을 유지해왔다.
특히 김 회장이 이끌어온 동서식품은 ㈜동서와 미국 식품회사 몬델리즈가 지분율 50 대 50으로 합작한 회사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김 회장은 ㈜동서 대표이사 경력도 있지만, 동서식품에서 주로 근무하며 부사장, 부회장을 거쳐 2008년 회장직에 올라 10년간 ‘모카 골드’ ‘카누’ 등 히트상품을 선보이며 회사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후 형인 김상헌 고문이 ㈜동서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2018년 김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 5년여간 감사직만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돌연 회장으로 복귀하고 김광수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는 등 경영에 직접 관여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상헌·석수 형제가 실질적인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동서식품은 ‘3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 사람의 아들에 대한 주식 증여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 각각 자녀들에게 ㈜동서 지분을 적극적으로 증여했다. 특히 김 고문은 장남 김종희 ㈜동서 부사장에게 잇따라 지분을 증여하면서 ‘장자 승계’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김 부사장의 동서 지분율은 14.14%로 부친 김 고문(16.25%)과 합치면 30.39%에 달한다. 여기에 모친 한혜연 씨(3.61%), 아내 조은아 씨(0.30%)를 비롯해 두 자녀(0.15%)와 김 고문의 자녀 은정(3.76%), 정민(3.61%) 씨의 지분까지 더하면 41.82%로 주식 파워가 상당해진다.
이에 질세라, 김 회장도 지난해 장남 동욱·현준 씨에 꾸준히 지분을 증여하며 ‘3세 승계’ 수순을 밟는 듯했다. ㈜동서의 지분율은 김 회장이 17.39%, 여기에 아내 문혜영 씨와 두 아들의 지분(6.05%)을 합하면 25.45%다. 다만 형인 김 고문과의 지분 차이가 커 경영권 확보는 역부족이다. 이번에 김 회장이 동서식품 회장직에서 내려오면서 창업주의 장남인 ‘김상헌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서식품은 김석수 회장의 퇴임은 본인 의사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김 회장은 평소 70세가 넘으면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소신대로 이번에 퇴임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계열사로 가거나, 또다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