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쌀 소비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쌀 재고는 늘고 쌀값은 떨어지고 있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쌀 산지 재고량 및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9 양곡연도(2008년 11월∼2009년 10월) 들어 5개월간 소매업체의 월별 쌀 판매량은 작년 동월과 비교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8년 11월 -14.3%로 출발해 12월 -25.8%, 2009년 1월 -33.5%에 이어 2월에는 -42.8%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3월에는 감소폭이 줄면서 -10.2% 감소에 그쳤다. 전국 1천853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다.
쌀 소비의 감소는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 올들어 유독 감소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2008년 1인당 쌀 소비량이 75.8㎏으로 전년보다 1.4% 준 데 비해 올해 판매량 감소폭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보고서는 쌀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 및 높은 쌀 가격 ▲대형 급식업체나 식자재업체의 구매 감소에 따른 대형 할인점의 판매 감소 ▲중.고가 쌀 소비 감소 등을 꼽았다.
실제로 1853개 소매업체에 대한 표본조사를 유형별로 보면 백화점과 할인점의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쌀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9.9%, 33.4% 줄었다.
대신 슈퍼마켓, 일반 식품점은 24.1%, 10.6% 늘어 소형 소매업체에서 쌀을 구입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감소는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지 유통업체의 4월 말 기준 재고량은 117만8000t으로 전년 동기 83만8000t에 비해 40.6%나 늘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9.9% 증가해 매입량도 6.6% 늘었다"며 "여기에 산지 유통업체 판매량은 4월 말 기준 전년 대비 18.7% 줄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쌀 가격은 하락세다. 쌀값은 수확기 이후 점차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5월 쌀 80㎏(정곡) 가격이 15만9744원으로 작년 11월(16만1941원)보다 1.4% 떨어졌다.
보고서는 "쌀 재고량이 증가하면 수확기 때 쌀값이 하락하고 묵은쌀과 햅쌀이 동시에 유통되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정부 양곡 방출을 억제하는 한편 산지 재고물량 일부를 시장과 격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