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귀국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간 이 대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출국금지 조치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인 이 대사는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대사에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는 현재 해제된 상황이다.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한다. 제4조(출국의 금지)는 ‘법무부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출국금지의 권한은 수사기관이 아닌 법무부다. 검사는 법무부에 범죄사실 내용과 함께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법무부가 그 요건을 확인한 뒤 출국금지를 내린다. 연장은 한 달 간격으로 여러 차례 가능하다.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당사자는 그 여부를 알 수 없다. 피의자가 자신이 수사기관에 입건된 사실을 알면 증거 인멸이나 밀항 등 도피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국금지된 피의자는 해외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거나 여권을 새로 발급받는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2019년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청와대와 검찰은 그의 출국을 막기 위해 긴급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했다. 당시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넣은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로 급하게 출국을 막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는 없는 사건 번호를 기재해 문제가 됐다.
이 대사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가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해 올해 1월 압수수색으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하고 6개월간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출국금지 신청 권한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출국금지 조치라는 것은 법원의 통제를 거치지도 않고 수사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묶어두는 것으로 신중히 써야 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피의자에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연장을 신청할 때마다 연장이 꼭 필요한 상황인지를 검토하는 등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