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사기 공동행동
유사모가 등장했다. 유재석, 김고은, 황현희, 송은이 등 연예인과 김미경 강사,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증권 대표 등이 함께한다. 유...유재석을 사랑하는 모임이냐고? 천만의 말씀.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다. 유튜브 등에서 이들을 사칭한 광고로 인한 피해가 늘자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이날(22일) 첫 회동을 통해 그 심각성 알린다.
아이러니하다. 소비자들은 유튜브 등에서 이들을 사칭한 광고를 보고 피해를 봤다며 이들을 탓하는데, 이들 역시 피해자다. 그러나 개인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구글은 사칭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시스템이 없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 사후 신고를 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 신고를 통해 1개를 없애더라도 10개의 사기 광고가 도로 생겨난다.
유튜브 측은 “노력 중”이라고 한다.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광고 게재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들을 걸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전 세계 2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부적절 콘텐츠를 심의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부적절 콘텐츠’에는 폭력, 성인물, 마약, 총기 등이 해당한다. 유명인 사칭 광고는 ‘의도’를 판별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조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사실상 소송도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유튜브를 이용하다 분쟁이 생기면 유튜브 약관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내국인 간의 문제더라도 미국에 가서 소송해야 한다는 점은 시간, 비용 등의 측면에서 소송을 포기하게 만든다.
물론 유튜브는 ‘플랫폼’ 사업자다. 콘텐츠 자체를 직접 제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콘텐츠에 일차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들의 주장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해 한국 이용자들과 한국 광고주로부터 돈을 벌고 있다면 피해 사실에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설상가상 규제 당국의 대응도 무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튜브의 ‘자율규제’에 기대고 있다. 현행법상 유튜브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방송사 등 방송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기존 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명인 사칭 범죄의 온상이 된 유튜브는 한국 당국의 규제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행정부는 이용자들에게 유튜브를 통한 피해 사실을 지속 고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 유튜브가 자율규제를 충분히 의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입법부는 유튜브에 맞는 별도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가령 ‘유튜브법’ ‘스트리밍법’ 등을 제정할 수 있겠다. 사법부는 관할에 관한 국제 사법의 조항들을 적극 해석해 국내 법원에도 관할이 있다고 대응할 여지가 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건 유튜브 자체의 대응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결국엔 개인들이 나섰다. 유사모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