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유전자 연구가 그 해답으로,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 국회의원 선거판이 영 마뜩잖은 보통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인 정치병 환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7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브리짓 폰 홀트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보자. 홀트 교수팀이 늑대와 개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개와 늑대의 유전자는 99.96%가 일치했다. 개와 늑대의 차이는 겨우 0.04%, 인간의 인종 간 유전차 차이가 0.1%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와 늑대는 사실상 같은 동물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언가 이상하다. 동양인, 서양인, 아프리카인들은 외모는 확연히 다르지만, 성격은 인종과 상관없이 제각각이다. 반면 개와 늑대는 외모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는데도 습성이 완전히 다르다. (인간이 온갖 교배를 반복해 창조해낸 반려견은 예외로 하자.)
홀트 교수팀에 따르면 개와 늑대는 'GTF2I'과 'GTF2IRD1'이라는 두 유전자가 다르다. 이 두 유전자는 인간에게도 있는데, ‘윌리엄스 보이렌 증후군’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고 한다. 이 증후군에 걸리면 낯선 사람도 쉽게 믿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가리지 않고 무조건 좋아하게 된다. 종합해보면 개는 윌리엄스 증후군에 걸린 늑대라는 뜻이 된다.
정치병자들의 유전자를 연구했다는 결과는 아직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행동 패턴이나 그들 스스로 갖다 붙인 이름(e.g. 개딸, 태극기부대)을 보면 홀트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준용하는 것도 가능하지 싶다.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정치인에 열광하는 그들은 알고 보면 병에 걸린 사람들일 수 있다. 그들은 머리가 나쁘거나 주인과 똑같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인 셈이다. 더구나 유전자로 인한 질병이라면 치료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주변 정치병자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와 다르다고 함부로 비난하거나 화내지 말자. 겉으로는 병에 걸렸는지 전혀 구분이 안되니 섣불리 짐작하는 것도 금물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환자들과 달리 정치인의 행동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열리는 대환장 파티들을 보고 있자면 정치인들은 '윌리엄스 보이렌 증후군'에 걸리지 않은 개, 즉 늑대도 가스라이팅을 통해 개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개와 늑대의 차이는 유전자 차이다. 늑대로 태어나 개로 훈련되는 것이 아니다. 늑대에게 ‘앉아’ ‘기다려’ ‘물어와’를 반복시키면 반려견과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가능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 달라지지 않는 본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선이다.
개는 주인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주인이 오른쪽에 먹이를 놓은 뒤 그쪽으로 손짓하면 오른쪽을 보고, 반대편을 가리키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자신이 원하는 먹이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인의 의도를 무조건 따른다는 뜻이다. 늑대는 전혀 다르다. 손가락이 어디를 가리키든, 먹이를 어디에 뒀든 관심 없고, 인간의 눈만 주시한다. 마치 네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처럼.
온 세상이 개천지인데 몇 안 되는 늑대 따위라 믿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번식은커녕 생명유지도 어려운 개와 달리 늑대의 야생은 아직 죽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늑대 개체 수를 보호하는 ‘베른 협약’상 늑대의 지위를 ‘엄격한 보호’에서 ‘보호’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EU 27개국에 걸쳐 늑대 개체 수가 최근 10년간 25%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야생 늑대가 너무 많이 늘어 가축을 공격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사냥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반려동물이 늑대의 습격을 받아 폐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세상의 주인이 개인 양 착각이 들 수 있겠지만,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용납하지않는 대자연의 균형감각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 생태계라고 다를까. 정치병에 걸린 개들만 가득하고 늑대는 멸종된 걸로 아는 정치인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만약 손가락을 들어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유권자를 길들이는 중이라면 특별히 엉덩이쪽을 조심하시라고 권해드린다.
늑대가 사람을 덮칠 때는 앞에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뒤로 돌아가 넘어뜨린 다음 목덜미를 물어 숨을 끊어놓기 때문이다. 개판에서 왜 늑대가 나오냐며 울부짖어봤자 떨어져 나간 살점은 다시 돋지 않는다.
창궐하는 정치 광견병이 옮을까 걱정되는 늑대라면, 겉으로만 똑같아 보일 뿐 개와는 날 때부터 DNA가 다르다는 홀트 교수팀의 결론을 믿어보자. 그래도 찜찜하면 4월 10일(바쁘시면 5일과 6일), 가까운 투표소를 방문해 셀프 치료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