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죽은 척했다”…러시아 테러 생존자들의 증언

입력 2024-03-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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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침입한 테러범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라스노고르스크 공연장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모스크바 출신의 아리나(27)는 “밖에서 ‘탕’, ‘탕’하는 큰 소리가 났는데 우리는 콘서트 일부라고 생각했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들이 소총을 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일행들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의 옆에는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총에 맞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소피코 크비리카시비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사람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내와 공연장을 찾았다는 안드레이(58)는 영국 더타임스에 “테러범들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2층 기둥 뒤에 숨어 그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지 않기를 기도했다”라고 부연했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우릴 봤고, 그들 중 한 명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면서 “나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범은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면서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아이는 죽었다”고 했다.

러시아 사건조사위원회는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33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들 중에는 중증 환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 바자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사람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 찾은 공연장의 한 화장실에선 2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총격과 화재 등을 피해 화장실에 모여 창문을 부순 뒤 탈출을 시도했다. 또 시신 14구가 비상계단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국가(IS)는 현장 보디캠 등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도 테러의 책임이 전적으로 IS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도망치려 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측과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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