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인의 사무라이’.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M7)’에 빗대어 일본 증시 주도주를 두고 한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등 7곳을 주도주로 꼽았다. 이들은 닛케이225를 4만888.43까지 끌어올렸다.
‘M7’과 ‘7인의 사무라이’가 뉴욕과 도쿄 증시를 끌고 있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지수나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링크트인에서 “(거품은 아니지만)주가지수 상승에서 M7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했다. 한국 증시도 닮은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덩치가 커지면서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71조160억 원(22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468조6280억 원) 대비 2조3880억 원 늘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123조6150억 원으로 20조 원가량 증가했다. 양사의 합산 시총은 594조6310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26.55%를 차지한다.
반도체주로의 시총 쏠림 현상은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24.04%(2020년), 21.23%(2021년), 18.68%(2022년)로 낮아지다 지난해 말 22.04%, 이달 22일 기준 20.03%로 다시 높아졌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내 다시 LG엔솔 상장 이전의 시총 비중으로 복귀하는 흐름을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시총 비중은 LG엔솔 상장 이전보다 더 커졌다. 4.34%(2020년)→4.17%(2021년)→3.09%(2022년)→4.84%(2023년)→5.52%(22일)로 반등했다. LG엔솔의 시총은 96조7590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2%다.
이런 현상은 수급 쏠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4241억 원을 담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액이 각각 16조7338억 원, 2조7683억 원였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도한 셈이다.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S&P500지수는 5200을 넘기며 연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반도체주 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100달러대에 그쳤던 주가가 90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주가상승률은 91%에 육박한다. 마이크론 주가는 12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문제는 반도체 쏠림현상이 국내 증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을 타면서 실적과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데, 이후에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이면 코스피 시장 전체가 출렁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43% 급등했다. 이 가운데 19%포인트가량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급등한 영향 탓이었다. 반도체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의 공룡이 되면서 지수가 왜곡되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