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드리운 ‘차이나 쇼크’ 그림자...“중국인들, 대량 구매 주저”

입력 2024-03-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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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소유 케링, 1분기 실적 경고 후 시총 90억 달러 증발
‘중국 비중 3분의 1’ 스와치도 위기
명품 시계 중고 가격 40% 폭락
중국시장, 올해 한 자릿수 성장 예상
“경영진들, 중국 넘어 다른 아시아 국가 눈길”

▲중국 베이징에서 행인들이 명품 브랜드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글로벌 명품 시장에 ‘차이나 쇼크’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중국 쇼핑객들의 소비 둔화는 1년 내내 시장을 괴롭혔지만, 최근 정도가 심해진 양상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찌를 소유한 케링은 지난주 중국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1분기 판매 부진을 경고한 후 시가총액이 90억 달러(약 12조 원) 증발했다. 내달 23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케링은 구찌 매출이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링은 성명에서 “이번 경고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구찌의 급격한 매출 감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링은 아태 지역이라고 지칭했지만, 매출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비롯되는 만큼 중국 소비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공식 홈페이지와 티몰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최근 몇 달 동안 구찌의 중국 내 온라인 판매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구찌는 최근 1년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인사를 교체하면서 변화를 꾀했지만, 효과는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달성한 스와치 역시 중국발 위기를 겪고 있다. 스와치는 오메가와 티쏘 등을 보유한 명품 시계 브랜드 기업이다. 스와치의 닉 하이에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과 홍콩 쇼핑객들은 매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주요 상품을 구매하는 데는 더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겐 돈이 있어도 언제 어떻게 쓸지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롤렉스,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은 중국 쇼핑객이 몰리는 홍콩에서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지난해 10월 초부터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월 명품 시계 중고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40% 폭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명품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2주간 아시아 출장을 다녀온 HSBC 명품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중국 수요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판명 났다”며 “실망스러운 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졌음에도 지출을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보고서에서 중국 내 명품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한 자릿수 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업황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RTG그룹 아시아 지부의 안젤리토 페레즈 탄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명품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은 장기적으로 큰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진들은 중국 말고도 아시아에 더 많은 곳이 있다는 점에서 총괄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이들은 더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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