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테마주’ 한성기업·두올, 주가 급등락
‘한동훈’·’’이재명’·’조국’ 테마주, 주가 급격히 요동
“실적 저조해도 주가 급등 사례…투자 유의해야”
올해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정치 테마주’ 열풍이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연관된 테마주에 매수세가 대거 몰리는 한편, 한국에선 ‘한동훈 테마주’를 비롯해 ‘이재명 테마주’, ‘조국 테마주’가 급등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음에도 지연·학연이 연관됐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한다. 과거 대선 당시에도 정치적 이슈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큰 폭으로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은 전거래일보다 35.22% 폭등한 49.95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약 186% 오른 수치다. 올해 연중 최고치인 50.75(1월 23일)에 근접한 상태로 이를 곧 뛰어넘을 기세다.
DWAC가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과 합병상장한다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TMTG는 DWAC와 증시 우회 상장하는 ‘스팩 합병’ 위해 만들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MTG는 DWAC와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 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26일부터 'DJT'라는 티커명(종목코드)으로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TMTG의 자회사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했다.
다만 해당 종목들이 실적 면에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주가가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TMTG가 벌어들인 매출은 500만 달러에 불과하고 현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트루스 소셜은
2022년 2월 출시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7300만달러(약 96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의 매수 공세에 힘입어 주가 부양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된 한성기업과 두올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한성기업은 이달 21일 장 중 고점 739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고점 대비 24% 가량 급락했다. 두올은 올해 연초 저점 대비 약 18% 가량 주가가 오른 상태로, 이달 25일 장 중 고점 대비 13% 내렸다. 임준호 한성기업 대표와 조인회 두올 대표는 각각 바이든 후보와 대학 동문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오던 래몽래인의 주가도 급등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래몽래인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33% 내린 1만4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급등하며 14일 장 중 고점 2만4400원까지 치솟은 후 고점 대비 40% 가량 급락한 상태다.
래몽래인은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로, 투자에 참여한 배우 이정재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고교 동창으로 알려지며 테마주로 묶였다. 앞서 래몽래인은 운영자금 등 290억 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 제3자배정 대상자는 와이더플래닛과 배우 이정재 등에 각각 181만2688주와 50만3524주라고 밝혔다.
또다른 '한동훈 테마주'로 꼽히는 덕성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73% 내린 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연일 상한가를 나타내며 장 중 고점 1만43310원까지 치솟은 후 주가가 약 31% 급락한 상태다. 이봉근 덕성 대표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학교 동문이란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덕성은 "당사 주식이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현재 당사의 사업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덕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는 동신건설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16% 내린 2만8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 장 중 고점 3만185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조정이 이뤄진 모습이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조국 테마주’로 분류되는 화천기계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55% 내린 878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19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후 조정을 받은 모습이다. 화천기계는 2022년 약 13억 원 흑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 약 30억 원 적자를 기록,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국 전 장관과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동문이라고 알려졌다.
주요 정치 테마주는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음에도 지연·학연이 연관됐다는 이유 만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정치 테마주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5%로, 시장지수 일반 종목의 평균 영업이익률(10.1%)에 못미쳤다. 주가 최대하락률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23일 사이 정치테마주는 -9.81%로 코스피 지수(-2.71%) 대비 격차가 컸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특별단속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주요 정치테마주의 경우 일반종목에 비해 평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등 영업실적이 저조함에도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치테마주는 선거일 전후에도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 하락시기, 변동 폭 등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