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김 강 민!" 한 선수를 위한 응원가가 홈팀과 원정팀 모든 좌석에서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6일 오후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0으로 승리했다.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승1패를 거뒀던 한화는 SSG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2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는 9회초에 등장한 한화 김강민이었다. 한화 김강민이라는 설명이 아직도 어색할 정도로 김강민은 'SSG 김강민' 전신인 'SK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2001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2023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던 선수였다. '짐승'이라는 별명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강민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보호 선수에서 빠졌고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SSG에서 은퇴를 고민하던 김강민은 한화 측의 설득으로 현역 연장의 길을 걸었다.
SSG 팬들은 프런트의 결정에 분노했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친 구단에 비난을 보내면서도 김강민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이날 김강민은 드래프트 이후 처음으로 고향 팀을 찾았다. 김강민은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6-0으로 앞선 7회말 리드를 지키기 위해 대수비로 투입됐다.
한화의 9회초 공격 2아웃의 상황, 최재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랜더스 필드가 들썩였다. 다음 타석 준비를 위해 김강민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최재훈이 아웃된다면 김강민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최재훈이 볼넷을 거르며 1루로 출루했고, 김강민이 등장했다.
그러자 1루, 3루, 외야석 모두가 일어나 김강민을 맞이했다. SSG 시절 김강민의 응원가를 그대로 인계받은 한화 응원석에는 김강민의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SSG 팬들은 김강민의 SSG 시절 유니폼을 들고 목청껏 응원가를 불렀다. '국가대표 OST' 응원가가 끝난 후 '짐승강민' 응원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화 응원석은 2번째 응원가가 나올 때 앰프 소리를 줄이며 팬들의 육성 응원이 김강민에게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조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계성 주심도 오래 홈플레이트를 쓸면서 김강민이 피치클락의 방해 없이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강민은 모든 응원과 배려를 받고 고개 숙여 인사할 수 있었다. 김강민은 아쉽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김강민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응원을 해주시니까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라면서 "뭉클하다. 어찌 됐든 다른 팀이지만 선수 하나를 위해서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게 감동적이지 않나. 감동적이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