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쐐기에 ‘파업·원점 재논의’ 초강경 대응 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제42대 회장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당선됐다. 임 당선자는 그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강경히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해왔던 만큼, 의사 단체와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어려워 보인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의협은 오후 6시까지 결선 전자투표 끝에 임 당선자를 제4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5월 1일부터 3년간이다. 다만, 임 당선자의 리더 행보는 당장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의협은 이필수 전 회장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 사퇴한 이후 회장 자리를 비워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임 당선자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도는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선 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획득했다. 함께 결선 투표에 후보로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만1438표(34.57%)를 얻었다.
임 당선자가 의협을 이끌게 되면서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은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의사들의 총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고 시사한 강경파 인물이기 때문이다. 임 당선자는 전날 개표 이후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 전부터 보건복지부, 대통령실과는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임 당선자는 지난 19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복지부 제2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를 찾았다가 자리를 옮기라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의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의협은 현재까지 의대 정원 및 필수의료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 당선자가 의·정 대화와 관련해 조 장관과 박 차관의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 대통령의 사과 등 과격한 전제조건을 언급한 만큼, 의료계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정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전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대학 입학전형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5월 내 마무리할 것”이라며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쐐기를 박았다. 또한, 복지부는 업무개시 명령 위반, 형법에 따른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 등 혐의로 임 당선자를 경찰에 고발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