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근본대책 절실한 자영업 부채

입력 2024-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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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가천대 경제학과 겸임교수·금융의 창 대표

준비없이 뛰어든 생계형창업 많아
고령자 고용확대에 보상 강구하고
교육 강화해 ‘준비된 창업’ 유도를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인 15%의 1.7배 수준인 약 25%로 매우 높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등이다.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각각 6%대, 10%대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장기적으로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오래전부터 자영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영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의 자영업자 소득과 상용근로자의 임금 소득 간 격차가 최근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들의 생존형 부채가 이슈화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가계부채와 사업자 자금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그 규모도 추정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NICE평가정보는 가계부채 DB를 통해 개인사업자대출에다 가계부채를 합한 2023년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을 1109.7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 부채의 장기 추이를 보는 한 방법으로서 한국은행 자금순환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에서 ‘가계신용’을 뺀 수치는 코로나 발발 이후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규모와 그 증가세뿐만 아니라, 부채상환 능력 면에서도 우려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와 비교하여 자영업자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도 지속해서 상승하여 둘 간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과 연체율 급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번 빚을 못 갚으면, 연쇄 부실을 일으킬 위험이 큰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지난해 말 기준이들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 차주의 5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대출만기 연장, 대환대출 확대,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가 없다. 국내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일시적인 경기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과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자영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서 비롯된 구조적인 요인이다. 통계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자영업을 시작한 동기의 80% 이상은 창업 외에 다른 대안이 부재해서이다. 특히 아직 경제 활동을 계속 해야 하는 50, 60대가 은퇴 후 마땅한 재취업의 길이 없어 대거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비자발적 퇴직자의 상당수가 사전계획이나 경험 없이 준비되지 않은 무모한 생계형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창업자가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으로 쏠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존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비임금근로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 창업자의 절반가량이 1~3개월 미만의 짧은 창업 준비 기간만 거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자영업자 부채 대책을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펼치되, 동시에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먼저 고령자의 은퇴 연령을 높여 임금근로자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해야 한다. 노동 수요자에게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영업을 준비 중이거나 사업전환을 고려하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준비된 창업’을 통해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 교육, 컨설팅, 지침 등을 확대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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