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어려운 2030세대 접근성 높여
“브로커리지 확대”…실적 돌파구 모색
증권사들이 MZ(밀레니얼+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의 ‘부캐(서브캐릭터)’를 만들어 다가서는 등 투자가 낯설고 어려운 2030세대를 대상으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증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브랜드 닉네임으로 ‘N2(엔투)’를 만들고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N2’는 NH투자증권을 친근하게 줄여 부르는 별명인데 이를 본격적으로 부캐로 살려 2030세대에게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은 23일 열린 금융투자인 마라톤대회에서 ‘N2’ 로고가 박힌 상품을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상표권 등록 등 공식적으로 브랜드 출시는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이르면 다음 달 관련 서비스나 상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부캐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KB증권은 2022년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인 ‘깨비증권’을 선보였다. 깨비증권은 KB(케이비)를 친숙하고 편안하게 줄인 별명이다.
깨비증권이 추구하는 바는 “투자를 뚝딱!”이라는 슬로건 답게 ‘투자는 누구나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화면을 직관적으로 재구성했다. 또 원화로 해외주식을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원마켓과 소액으로도 고가의 해외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소수점 거래 등 초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내놨다.
친숙한 접근법에 MZ도 호응했다. 깨비증권을 출시한 해 MTS의 월간이용고객수(MAU)는 1년 새 고객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MAU는 243만27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었다.
다른 증권사도 MZ세대를 잡기 위해 더 쉽고 친절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들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MTS 개편 경쟁이 벌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핵심은 얼마나 사용자 경험·환경(UI·UX)이 직관적이고 편리하냐다. KB증권, NH투자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는 물론 상상인증권, 토스증권, IBK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까지 MTS 기능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 장벽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래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상장법인 주식 개인소유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6%로 3년 전과 비교하면 8.9%포인트(p) 올랐다. 2030세대의 비중은 늘어난 반면 기존에 대부분을 차지했던 4050세대의 비중은 감소했다.
특히 증권사는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기업금융(IB) 수익이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은 11조72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IB부문 수수료가 3조2769억 원으로 32%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식거래 등 수탁수수료는 5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2021년(8조 원)보다 30% 줄어든 수치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2030세대 투자자가 새로운 먹거리”라며 “이들에게 어느 증권사가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지가 미래 고객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