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침체로 판매량도 부진…서비스 매출도 먹구름
지난달에는 미ㆍ유럽 규제당국 제재로 역풍 직면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제재에 직면한 애플이 아이폰 수익 감소까지 덮치면서 ‘최고의 성장주’, ‘혁신의 아이콘’,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등 회사를 수식했던 각종 명성이 뿌리째 위협 받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닛케이)는 30일 도쿄에 본사를 둔 전자기기 분해 연구소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스’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작년 9월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의 4가지 모델이 전년도 모델보다 폰당 제조비용이 약 10% 더 소요됐다고 보도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어려움으로 아이폰 부품 가격이 상승했다고 포말하우트는 설명했다.
애플은 최고급 사양인 아이폰15 프로 맥스를 제외하고 수년 동안 신규 모델의 출고가를 거의 균일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조비용 증가로 아이폰15 표준모델 1대당 이익은 370달러(약 50만 원)로 전작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폰15 프로와 아이폰15 플러스의 대당 이익은 각각 462달러, 451달러로 추산됐다. 둘 다 전년에 출시된 같은 라인업보다 10% 감소한 수치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애플은 그간 통상 아이폰 이익률이 50~60%였지만, 아이폰15와 아이폰15 프로의 경우에는 46%로 떨어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가 침체되고 현지 기업인 화웨이테크놀로지와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나카네 야스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5 시리즈가 전작에 비해 순이익에 40억 달러 더 적은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의 수난은 이것뿐이 아니다.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미국 법무부와 16개 주(州)는 21일 애플을 뉴저지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또 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18억 유로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EU 집행위는 알파벳(구글), 메타와 함께 애플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이달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하드웨어 부문의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던 앱, 음악 등 애플의 서비스도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실제 올해 9월로 끝나는 2024 회계연도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 전망은 942억 달러로 전년 말의 953억 달러에 비해 떨어졌다. 순이익 측면에서도 이번 회계연도 애플의 증가율은 4%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20%, 알파벳의 15%에 비해 크게 뒤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MS가 애플의 순이익을 웃돌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 초부터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플을 다루는 44개 증권사 중 57%인 25개사가 매수 추천을 했는데 이는 약 4년내 최저 수준이다. 실제 애플 주가는 작년 말 대비 11% 하락했다. 다른 기술대기업들이 연초부터 상승세인 반면 애플은 유일하게 주가가 뒷걸음질했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당순이익(EPS)을 높여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퀵팩트셋에 따르면 2023년 9월 종료한 지난 회계연도 애플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775억 달러로 일본 전체 상장사가 작년 계획한 자사주 매입 최대 추정치 634억 달러를 넘는다.
포말하우트는 애플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실제 미국 상위 5개 테크기업 가운데 애플만이 지난해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아마존과 메타는 각각 작년에 1만5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삭감했고, 두 회사 모두 그해 수익을 크게 개선했다. 애플은 최근 10년간 개발을 추진해온 전기차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정리해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단기적으로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즈는 기대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개발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애플이 생성형 AI 기능을 갖춘 아이폰을 출시하면 휴대폰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애플은 구글이 개발한 생성형 AI를 아이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또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는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의 생성형 AI를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자사 제품들에 생성형 AI를 통합하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미국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