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의신청에도 강행…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져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릎을 꿇으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사죄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올해는 소액주주들의 원성에도 주총을 강행하며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 주총을 약 9시간 만에 끝냈다. 주총은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의 위임장 인정 여부와 집계 등으로 9시간 만인 오후 6시 개최됐다. 조 대표도 이에 맞춰 등장했다.
하지만 주총은 10분 만에 끝이 났다. 안건을 투표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사측과 조 대표의 일방적인 진행에 항의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2호 의안 중 김형 사내이사 선임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만 가결됐으며 나머지 안들은 모두 부결됐다.
셀리버리의 주총은 시작부터 삐끗했다. 지난달 13일 임시 주총에서는 조 대표가 약 4시간 만에 등장해 주총은 개회도 못하고 파행을 겪었다. 29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는 이틀 전 장소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총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작년 주총은 예정된 시간에 시작해 40분 만에 종료됐다. 무엇보다 시작 전 조 대표가 강단에 올라 주주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주총 이후 약 2시간 동안 주주들에게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올해는 주주들과 소통을 단절한 채 주총을 진행했다. 주주들의 고성에도 안건 심의와 표결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조 대표는 안건에 대한 표결을 빠르게 진행했고 결국 주총은 10분 만에 끝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주총은 비정상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셀리버리처럼 상장 폐지와 같이 기업의 명운과 연결된 큰 이슈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는 반응이다.
한 바이오 기업 IR 담당자는 “기업이 주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할 의무는 없지만 보통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질의를 받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번 경우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IR 담당자도 “질의응답은 의무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주주들의 이의가 있으면 해당 내용을 설명해준다”며 “특히 중요한 이슈가 있는데 주주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기업은 없다.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셀리버리 주주연대 관계자는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1년 만에 태도가 이렇게 바뀐 건, 회사 상황이 더 악화됐고, 사측 인물로 이사회 구성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지난해에는 회사를 개선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주주들 앞에서 사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시간을 달라거나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미 무책임, 무능력한 부분이 많이 드러나 형식적 요건만 채우기 위해 주총을 진행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바이오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상장 유지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유일한 방법은 주주배정, 3자배정 등 대규모 유증인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 일이 바이오 투자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사례가 될 것 같다. 다른 기업에 영향이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