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특허 만료에 바이오시밀러 격돌…편의성 개선해 차별화
바이엘이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의약품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고용량 제품으로 오리지널 개발사의 아성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허가를 앞둔 아일리아HD가 본격 출시되면, 바이엘은 저용량 제품과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서 앞서나갈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엘의 아일리아HD가 연중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리아HD는 기존 제품(2㎎)보다 용량을 4배 상향한 8㎎의 고용량 제품으로, 현재 식약처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아일리아는 바이엘과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가 공동개발한 블록버스터 바이오 의약품이다. 리제네론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아일리아의 글로벌 매출은 약 93억8060만 달러(12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현재 아일리아의 특허가 순차적으로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격화한 상황이다. 한국 특허는 올해 1월,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만료됐다. 미국에서 보유 중인 신약 독점권도 오는 5월 종료된다. 지난해부터 인도의 바이오콘, 독일의 포르미콘, 미국의 암젠, 아이슬란드의 알보텍, 스위스의 산도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하고 각국 허가 당국에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도 3개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올해 2월 아필리부가 동종 제품 바이오시밀러 중 처음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어 셀트리온은 ‘CT-P42’를 개발해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SCD411’를 개발해 한국과 유럽에서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 시장 침투에 유리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모든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오리지널을 대체해 투약할 수 있는 ‘인터체인저블’ 지위를 인정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면서 오리지널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아일리아HD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초격차를 유지할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환자의 편의성과 투약 순응도가 대폭 개선되면서다. 용량이 2㎎인 기존 아일리아와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은 1~2개월마다 주사해야 한다. 아일리아HD는 투약 간격이 최대 4개월까지 연장됐다.
업계는 저용량 제품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고용량이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일리아HD는 이미 올해 초 유럽, 일본,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허가를 받아, 식약처 허가도 이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국내 출시 시기는 장담할 수 없다. 연중 허가를 획득한다고 해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습성 연령성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아일리아가 필요한 안과 질환은 시력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환자가 투약을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불편하고,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라며 “또한 아일리아는 주사제인 만큼, 잦은 투약을 힘들어하는 환자도 적지 않아 고용량 제품의 차별점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