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내남결)’에서 소름돋는 악역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송하윤이 시발점이 되었는데요. ‘쌈, 마이웨이’, ‘마성의 기쁨’, 영화 ‘완벽한 타인’ 등에 출연하며 청순한 이미지로 주목받았던 송하윤은 오랜 슬럼프를 이겨내고 빛을 본 배우이기에 이번 폭로로 인한 충격은 배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배우 전종서의 과거 학폭 의혹도 거론되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전종서가 체육복이나 교복을 뺏었으며 애들이 안 주면 욕하고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다만 전종서는 “사실 무근”이라며 적극 부인했습니다.
또 송하윤과 함께 학폭을 저지른 가해자 중 또 다른 연예인이 있다는 유튜버 이진호의 말을 기점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한 여러 연예인들의 의도치 않은 의심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앞서 1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송하윤과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는 제보자 A 씨는 “2004년 8월, 고등학교 3학년이던 S 씨에게 점심시간에 학교 뒤 놀이터로 불려 나가 이유도 모른 채 1시간 30분 동안 따귀를 맞았다”며 “S 씨는 또 다른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돼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었는데요.
실제로 송하윤은 중원고등학교에서 반포고등학교로, 다시 구정고등학교(현 압구정고등학교)로 전학해 졸업했습니다.
이에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by스타쉽은 ”학폭과 관련해 강제전학을 간 건맞다“면서도 ”폭력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은 ‘사건반장’의 제보와 무관하며 해당 제보자와는 일면식이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1호부터 9호로 구분되는 학교폭력 징계에서 강제전학은 퇴학에 이어 두번째로 무거운 징계입니다.
연예계 학폭 논란은 그간 수차례 불거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학폭’이 논란이 된 건 2017년입니다. 당시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중년 배우의 자녀가 초등학교 집단 폭행 사건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배우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며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했죠.
2021년에는 조병규, 잔나비 유영현, 이원일 셰프의 약혼녀였던 김유진 프리랜서 PD, 모델 출신 강승현, 에이프릴 이나은, 가수 박경을 비롯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2’ 출연자인 진달래, 스트레이키즈 현진, 배우 지수, 서예지, 심은우, 동하, 박혜수 ‘싱어게인’ 출연자 요아리 등을 향한 폭로가 줄을 이었는데요. 줄줄이 쏟아진 연예계 학폭 폭로는 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으로 까지 이어지며 스포츠계에까지 확산되는 모습이었다.
학교 폭력의 경우 대다수 시간이 오래 지난 까닭에 사과를 위한 사실관계 규명이 어려운데요. 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출연자 김히어라는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자 정면돌파를 택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조병규, 박혜수 등도 학폭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하윤 측 역시 학폭 논란에 적극 부인하고 있는데요. 전종서 측 또한 배우 본인과 주변 지인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체크하였고, 해당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죠.
이러한 과열된 분위기에서 의도치 않은 마녀사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학폭 폭로 자체가 익명에다가 졸업 사진 몇 장만으로 이뤄지는 만큼, 억울한 피해자도 함께 생기고 있는 상황이죠. 때문에 일각에선 무분별한 학폭 폭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죠.
실제로 샤이니 민호, 이달의소녀 출신 가수 슈, 방송인 홍현희, 배우 조한선과 최예빈 등 연예인들의 학폭 폭로 대부분은 애초에 사실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학폭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실제 한국청소년학회를 통해 발표된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 거부민감성의 매개효과’ 논문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은 거부민감성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라고 밝히고 있으나, 현실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시간을 오래 끌수록 대중은 사건을 잊어가는 데다 이미 과거의 일인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 가해자도 불분명해질 수 있죠. 명확한 매듭을 맺기보다 시간을 버는 선택을 하는 이유입니다.
학폭은 학창 시절 한때 철부지 없는 행동이라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폭력의 정도, 피해자 수가 더이상 ‘애들 싸움’이라 치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졌기 때문이죠. 연예인은 공인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직업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만큼 이들의 학폭 의혹을 단순히 과거사로 제쳐둘 수 없는데요.
결국 전문가들은 “폭로에 의존하기보다 학폭 사건 발생 직후 지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 연예인을 향해 학폭 미투가 이뤄지는 건 잘나가는 누군가를 추락시키고 싶어서라기보다 피해자 입장에선 어려선 잘 몰랐던 혹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고통을 ‘내가 피해자’라고 말하게 됨으로써 시작하는 치유의 과정“이라며 ”K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학폭 피해자들과 대화해 피해자의 상처가 더 커지지 않는 방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