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중국인’들이 올렸다?…그들이 금을 사랑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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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를 기록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을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국제 금 가격이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2315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전장 대비 33.2달러(1.5%) 오른 가격인데요. 금 선물 가격이 2300달러 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금 선물 종가는 지난달 4일 2100달러를 처음 넘어선 바 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또 한 번 최고가를 경신한 겁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 가격은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한국시간) 오전 중 KRX금시장에서 금 현물 1g당 가격은 11만 원에 거래돼 전날 기록한 최고가(10만6000원)를 또다시 뛰어넘었는데요. 금 현물 1g당 가격은 2일 종가 10만 원을 돌파한 뒤 3거래일 연속 10만 원 선을 유지하다가, 5일 소폭 떨어진 9만991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데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중동발 위기감 고조,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붕괴 등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특정 국가의 ‘금 사재기’도 금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바로 중국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금값 상승 배경은?…지정학적 리스크·금리 인하 가능성 고조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주식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가치가 크게 널뛸 수 있는 위험자산과 달리, 높은 희소성과 낮은 변동성을 지녀 전통적인 실물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왔죠.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떨어지는 국면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2차 오일쇼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등과 같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강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금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으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 모두발언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단순한 요철(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밝혔는데요. 1~2월 반등한 물가지표에 보다 강경한 매파적 발언이 나오지 않겠냐는 우려와 달리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기준 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을 키운 겁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심화도 인플레이션 재개 우려와 맞물리며 금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요소로 꼽히죠.

데이비드 아인혼 헤지펀드인 그린라이트 캐피털 창업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며 “금에 많은 투자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전반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고, 궁극적으로는 재정적자가 진짜 문제라고 판단한다”며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금은 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여기에 전쟁 장기화 우려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일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당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고, 2일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타타르스탄 지역의 정유공장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격화하고 있죠.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에 투심이 몰렸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를 기록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을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앞다퉈 금 사들이는 중앙은행들…그 중심엔 ‘중국’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앞다퉈 금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입장을 유지해온 연준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이죠. 중국은 중앙은행뿐 아니라 개인, 기업, 금융당국 모두가 금 보유량을 넓은 보폭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몇 년째 금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중입니다. 세계금협회(WG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고는 약 1037톤 늘었는데, 중국이 가장 많은 225톤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중 갈등 격화 속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죠.

최근에는 가계 등 민간 부문까지 금 매수에 가세했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금을 선호하는 나라입니다. 부의 가치를 보존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금을 많이 활용하는데요. 춘제(설), 결혼식·생일·축제 등 기념일에 금을 선물하는 문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까지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인들이 금 구매에 더 열을 올리게 됐습니다. 중장년층이었던 금 소비층이 젊은 세대로 확산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달 16일 블룸버그는 1g짜리 ‘금 콩’이 중국 Z세대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금 콩은 말 그대로 콩 모양으로 생긴 작은 금인데요. 무게가 1g에 불과한 만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적은 부담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중량이 나가는 골드바나 금목걸이 대신 투자 목적으로 금 콩을 구매하는 거죠.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로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Z세대까지 금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도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통칭하는 ‘링링허우’들이 금 소비·투자에도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 중국판 X(옛 트위터)인 웨이보 등 SNS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금 장신구를 자랑하거나 금괴에 투자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는 전언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를 기록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전광판에 금 시세가 나오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향후 금 가격 전망은?…랠리 이어갈 것 vs 단기 조정

금 가격이 사상 최고를 경신했지만, 이후로도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강세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말이면 금 가격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투자금융업체 씨티그룹도 향후 12~18개월에 금 시세가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증대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금값을 5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반면 보수적인 시각도 보입니다. 금값도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으니 투자엔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오는데요.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 금 가격의 결정 요인으로는 달러화, 미국 국채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반영되는 실질금리, 상장지수펀드(ETF)를 들 수 있다”면서 “최근 금 가격의 급등은 어떤 것과도 연관되지 않는 상황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꾸준히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특히 “가격 상승 요인으로 거론됐던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축소됐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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