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흑자전환 성공
차세대 반도체 투자도 속도
기나긴 암흑 터널을 지나온 반도체 업계에 드디어 훈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작년 1분기 적자를 낸 후 1년만인 올해 1분기 흑자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이어가며 인공지능(AI) 시대 빅테크 선두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1조9850억 원, 영업이익 1조5056억 원이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36% 급증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작년 4분기 영업이익(3460억 원)의 4배를 훌쩍 넘겼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은 재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며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은 전분기 대비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5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 71조 원, 영업이익 6조6000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5개 분기 만에 70조 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31.3% 뛰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넘었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5조4000억 원을 22.2%나 넘어선 수치다.
증권업계는 깜짝 실적의 대부분이 DS(반도체)부문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평균 4000억 원 수준에서 1조6000억∼1조9000억 원으로 높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실적 호조의 가장 큰 배경은 감산 효과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1.30달러로 바닥을 찍고 10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올해 3월 기준 1.8달러로 회복했다.
D램이 먼저 회복세로 돌아선 데 이어 부진했던 낸드도 AI 관련 수요 증가에 따라 기지개를 켜고 있다. AI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낸드 가격 상승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두 회사의 투자 경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대한 반도체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2배 이상 늘려 440억 달러(약 59조6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3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2028년까지 공장을 짓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가 해외에서 HBM의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공급망 재편이 거세지면서 미국 내 투자 유인책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와 미국 등 해외 투자 투트랙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