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미ㆍ일ㆍ필리핀 3국 정상회담
“일 안보정책 역사적 전환…미 초당적 지지 원해”
“북 김정은과의 회담 위해 ‘고위급 접근’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ㆍ일 군사동맹 관계 격상과 북한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여당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집권 후 바닥을 기고 있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갖은 노력에도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외교력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7일 도쿄 자택에서 가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강조했다.
8~1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기시다 총리는 10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196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군사동맹 관계를 격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11일에는 사상 첫 미ㆍ일ㆍ필리핀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계속되는 중동의 긴장, 동아시아의 불안한 정세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일본이 방위 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로 결정한 이유이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안보 정책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2021년 총리에 취임한 기시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부과한 평화헌법, 즉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서 벗어나 일본의 국방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국방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가중되는 안보 문제에 직면해 일본과 미국의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 견해가 미국에서 초당파적 지지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방미에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3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일본이 합류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주일미군 사령관을 지금의 3성 장군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해 작전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CNN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도 되지 않아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두 회담 모두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에서 일본의 중요성과 동맹국과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주변에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도 있고, 불투명하게 국방력을 키우는 나라도 있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모두에서 무력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해상 침략을 명백히 가리킨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도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그는 “일본 정부가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간의 안정적인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해결 문제’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