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수시채용도 늘어
ELS 자율배상으로 실적악화 예상
인건비·관리비 등 선제적 긴축경영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5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0명)보다 47%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8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50명) △KB국민은행(100명) △신한은행(100명) 순이다.
시·도 단위로 지역 인재를 뽑는 NH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지난해 상반기(480명)보다 10% 늘어난 530명을 뽑는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상반기 채용 규모는 1060명으로 작년 상반기(1480명)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라 점포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공개 채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2818개로, 4년 전인 2019년 말(2117개)과 비교해 20.1%(701개)가량 줄었다.
오히려 지난해 대규모 채용이 이례적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발언 등 정부의 사회공헌 압박이 이어지면서 채용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신입직원 채용은 수십 년간 지출비용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면서 “점포가 감소하는 만큼 필요한 인력도 줄어드는 게 당연한데,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ICT 등 전문인력의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공개채용과 함께 디지털·ICT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뱅킹서비스 개발, 모바일·웹 프론트엔드 개발, 데이터·인공지능(AI) 플랫폼 엔지니어링 등 기존 전문분야에 인프라 아키텍처 설계 분야를 새롭게 추가했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공개 채용을 일반 분야와 IT 분야로 나눠서 실시했다. 하나은행도 일반, 디지털·ICT, 지역인재, 디자인크리에이터 등 4개 부문으로 모집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 일반 외에 디지털 금융 분야를 디지털과 IT로 세분화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규모는 희망퇴직 등 빠져나가는 인력에 맞춰 필요한 인력 수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같은 규모를 뽑을 수 없다”면서 “특정 분야의 경력이 있는 전문 분야를 상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반기에도 은행권의 취업문은 좁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은행들의 배상액이 2조 원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ELS 손실에 따른 충당금 증가와 판매수수료와 같은 비이자 이익 감소로 은행들은 인건비와 관리비를 최소화하는 등 선제적인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은행의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인건비, 관리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ELS 손실에 따른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투자상품 판매 위축으로 비이자 이익 감소와 가계대출 축소로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