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도전장’ 인텔, 최신 AI 칩 ‘가우디 3’ 공개…네이버, 주요 파트너로 꼽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텔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인텔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인텔 비전 2024’ 행사를 열어 최신 AI 칩 ‘가우디 3’를 소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H100’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텔은 새로운 칩이 엔비디아의 주력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보다 전력 효율이 두 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또 메타의 오픈소스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Llama) 2’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발한 LLM ‘팔콘’ 등에서 시험한 결과 데이터 훈련 속도는 1.5배 빨랐다고 강조했다.

가우디 3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서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출시 예정일은 올해 3분기다. 인텔은 미국 서버 제조업체 델(Dell)과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IT 장비 제조업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이 새로운 칩의 주요 고객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우디 3의 가격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텔 소프트웨어 부사장인 다스 캄하우트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과 차별화된 개방형 통합 네트워크 온 칩, 업계 표준 이더넷을 사용했다”며 “이것이 (가우디 3가) 강력한 제품이라고 믿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H100 칩 가격은 현재 개당 3만~4만 달러(약 4060만~5400만 원) 정도다.

인텔이 새로운 칩을 공개함에 따라 업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AMD는 차세대 GPU인 MI300X를 출시했으며, 이미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AI 칩 ‘B200’를 공개했다. H100보다 처리 속도가 최대 45% 빠른 제품으로, 올해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개발 경쟁 가속화가 결국 AI 칩 수요 업체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BC는 “생성형 AI를 실행하고 엔비디아의 GPU를 구입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추가 공급 업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텔의 제니 바로비안 전략·제품 담당 부사장은 “우리 고객들은 업계에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들은 컴퓨팅 리더인 인텔이 생성형 AI의 물결을 따라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해결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엔비디아에 대항할 주요 파트너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네이버를 꼽기도 했다. 인텔은 “네이버는 클라우드에서 온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고급 AI 서비스를 배포하기 위한 강력한 LLM을 개발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우리 가우디의 기본 역량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겔싱어 CEO는 기조연설에서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네이버를 몰랐다”며 “그러나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이자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뒤이어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영상으로 등장해 축사를 전했다. 이후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직접 행사장에 등장, 무대에 올랐다. 하 센터장은 “가우디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인텔과 함께 다양한 스타트업, 학교들과 협업하는 ‘코랩(Co-lab)’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지배하는 배경 중 하나로는 ‘쿠다(CUDA)’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꼽히고 있다. GPU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는 현재 개발자들이 AI 앱을 개발하는 데 널리 쓰이는 업계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가 인텔과 연계해 쿠다 대항마를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