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주제 파악 실패한 임영웅?…“우리 영웅이 탓이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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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 시축자로 나선 가수 임영웅이 하프타임 때 팬들을 위한 깜짝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국 각지에 불효자가 속출했습니다. 가수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면서, 부모님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참전(?)했던 수많은 전국의 딸·아들이 망연자실한 건데요. 이번 콘서트 예매에서도 임영웅은 ‘기록’을 썼습니다.

11일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예매가 시작된 임영웅의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은 빠르게 전석 매진됐습니다.

이날 티켓팅이 시작되자 접속자가 폭주, 일시적으로 오류 현상이 발생하기도 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오픈 최고 트래픽(호출 수)은 약 960만 번을 기록했습니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 8시 정각만을 기다리던 팬들은 수십만에 달하는 대기 숫자를 받아 들고 발을 동동 굴렀죠. 온라인상에는 “지금 내 앞에 50만 명이 기다리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등 탄식 섞인 반응이 속출했습니다.

임영웅의 이번 콘서트는 디음 달 25~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상암동에 있어 이곳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상암 콘서트’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현재 공사 중이라 행사 개최가 불가능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설입니다. 이에 임영웅의 콘서트가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임영웅이 드디어 주제 파악을 했다”며 기뻐했죠.

그러나 기록적인 인파가 몰리면서, 이번에도 순식간에 ‘내 자리’가 사라졌습니다. 팬들은 또다시 “서울 월드컵경기장도 임영웅을 담을 수 없다”, “진지하게 호남평야에서 공연하는 걸 생각해봐라” 등 의견을 내고 있는데요. 이는 본인의 인기를 얕잡아본 임영웅 측만의 과실(?)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수 임영웅이 2021년 10월 2일 오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플라자에서 열린 ‘2021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에서 ‘팬앤스타최애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더팩트 뮤직 어워즈)
임영웅, 기록 경신 어디까지…음원·방송·광고 다 잡았다

임영웅의 콘서트 흥행이 놀라운 건 아닙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1’에서 왕관을 쓰면서 스타덤에 오른 임영웅은 나날이 자신이 쓴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는데요. 음원을 발표하면 음원 차트 최상단으로 직행하고, 방송에 출연하면 시청률이 즉각 상승합니다. 광고 모델이 되면 해당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 기업까지 함박웃음을 짓게 되죠.

임영웅이 세운 기록들을 살펴볼까요. 먼저 임영웅은 최근 아이돌차트 평점랭킹에서 158주 연속 1위에 올라 최장 1위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3월 5주 차 평점랭킹에서 41만5570표를 획득하면서 1위에 올랐는데요. 158주 연속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켜 최장기간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지난해 9월 예매를 시작한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공연 6회 차에서는 티켓 오픈 단 1분 만에 370만 트래픽을 기록하면서 전석 매진을 달성했는데요. 이는 예매 사이트 역대 최대 트래픽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1년도 안 돼 임영웅은 이번 상암 콘서트 티켓팅에서 960만 트래픽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죠.

지난해 10월 발매한 ‘두 오어 다이’(Do or Die)는 3시간 만에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고요. 발매에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등극했습니다. 정규 1집 ‘아임 히어로’는 초동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섰죠.

또 임영웅이 지난해 10월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은 직전 회차 시청률의 2배 이상으로 뛰어올랐습니다. 당시 임영웅은 ‘놀라운 토요일’의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했죠. 또 ‘미운 우리 새끼’도 임영웅이 출연하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임영웅을 새 광고 모델로 발탁한 하나은행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유튜브 채널 ‘하나TV’에 지난달 23일 올라온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했는데요. 현재 조회 수는 1380만 회에 달하며, 하나TV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합니다. 임영웅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바꾸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했다는 팬들의 인증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기도 하죠.

▲(사진제공=물고기뮤직)
임영웅 티켓 구하기 어려운 이유…‘대형 공연장 가뭄’도 한몫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팅이 어려운 건 나날이 높아지는 임영웅의 인기가 주효하겠지만, ‘부족한 대형 공연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대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공사 중이라 현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여파로 현재 서울에서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KSPO돔(옛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뿐입니다. 고척 스카이돔은 2만여 명의 관객 수용이 가능하지만, 국내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4~10월엔 대관이 불가능하죠.

이 때문에 축구전용구장인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공연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사실 월드컵경기장의 대관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현재 축구 국가대표팀과 K리그 FC서울의 홈구장인데요. 6만6000석 규모로, 공연 시 약 4만5000명의 관객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2019년과 2021년 ‘드림콘서트’가 이곳에서 개최된 바 있고, 가수 단독 공연으로는 가수 싸이와 그룹 빅뱅, 지드래곤이 2013년과 2016년, 2017년 각각 공연을 열었죠. 이후로는 공연이 한 차례도 안 열렸습니다. 상징적인 공연장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 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계기로 대관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임영웅의 콘서트를 포함해 올해에만 그룹 세븐틴, 아이유 등 4건의 콘서트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죠.

그렇다 보니 잔디 훼손에 대한 축구 팬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공연 개최로 인한 잔디 훼손을 우려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축구 팬’ 임영웅은 경기장 잔디 훼손을 방지하고자 그라운드 내에는 좌석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라운드에 객석을 두는 대신 잔디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대형 전광판이 북쪽에 설치되죠. 물고기뮤직은 “그라운드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고 사면을 두른 돌출 무대까지 선보여 콘서트의 퀄리티(질)를 더 높이면서 잔디 훼손을 최소화한 공연”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축구 팬들도, 영웅시대(팬덤명)도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해 5월 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디 에라스 투어’에서 공연하고 있다. (AP/뉴시스)
팝스타 ‘코리아 패싱’도 같은 맥락…정태영 “대형 공연장 없어서 말도 못 꺼내”

대형 공연장이 부족한 탓에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성사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초대형 내한 공연을 주최해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을 보고 온 사진을 공개하며 “잘 섭외해서 ‘헬로 서울’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기에 와서 ‘헬로 도쿄’라는 말을 듣는다”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죠.

테일러 스위프트는 2월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일본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는 2011년 KSPO돔에서 한 번 내한 공연을 펼친 이후 단 한 차례도 한국을 찾지 않았는데요. ‘디 에라스 투어’로도 이웃 나라인 일본은 방문했지만, 한국은 공연 국가에서 빠졌습니다. 그 배경으론 고척돔, 상암월드컵 경기장 대관 불가,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으로 인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초대형 무대 세트가 들어올 대형 공연장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거론되죠. 일본 도쿄돔은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정태영 부회장은 “각국 정부들까지 관심을 보인 섭외 각축전에 우리는 대형 공연장이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밴드 콜드플레이가 일본 도쿄에서 공연했을 뿐, 한국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대형 팝스타들이 한국을 건너뛰면서 팬들 사이에선 ‘코리아 패싱’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죠.

문제는 앞으로도 대형 공연장 부족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겁니다.

올림픽주경기장 공사는 빨라야 2026년 12월에 끝날 예정입니다. 서울시가 카카오 투자를 받아 도봉구 창동에 최대 2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 아레나’를 짓고는 있지만, 이곳도 2027년 3월께 완공될 예정이죠.

전 세계 대중음악 공연 시장은 해마다 몸집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2023음악산업백서 플스타 발표에 따르면, 라이브 음악 티켓 판매액은 무려 30조3000억 원에 달합니다. 전년도 글로벌 상위 100개 투어의 판매액 및 판매량은 각각 62억8000만 달러(한화 8조 원), 5900만 장입니다. 전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은 6조~6조5000억 원, 7위인 한국은 지난해 공연 시장 전체 티켓 판매액이 1조 원(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넘어섰습니다.

공연으로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엄청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평균 관객 7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을 찾아 공연하고 있는데요. 공연을 여는 곳마다 교통부터 항공, 숙박, 식음료 판매가 급증하면서 스위프트가 일으키는 경제효과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죠.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로 10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미국 대중음악 콘서트 투어 사상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건 스위프트가 처음입니다.

국내에선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만큼 많은 관객을 수용할 만한 대형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죠. 전문 공연장은 시급하지만,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 인근 경기장과 공원에서 대관 조건을 완화하는 한편 인허가 협조,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관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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