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 상가를 찾았다. 번호를 이동할 때 통신사가 최대 50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냐고 묻자, 휴대폰 판매점 직원 이 씨는 난색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유는 ‘가족 결합’ 상품 때문이었다.
정부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도입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전환지원금 혜택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가족이 함께 가입하는 결합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기존 할인 혜택을 포기할 유인이 없고, 전환지원금을 받더라도 고가 요금제를 장기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잘해드릴게, 보기만 하고 가시라”는 호객 행위가 끊이질 않았다. 빽빽 들어선 상가마다 ‘성지’, ‘최저가’라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평일이지만 상가 내부엔 손님 다섯여 명이 휴대폰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도 휴대폰 판매점 네 군데를 방문해 지원금 현황을 물었다.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와 아이폰15 울트라 시리즈 등 최신 기종을 문의했다. 직원 이 씨는 “기존에 가족 결합 (상품)을 들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를 옮기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전환지원금 1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사용하는 카드를 바꾸면 기깃값을 이렇게 드리겠다”며 ‘0’이 찍힌 계산기를 들이밀었다. 숫자가 찍혀 있지 않다고 재차 묻자, “공짜로 드리겠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매장 상황도 비슷했다. 한 직원은 “기기 변경하는 게 이득”이라며 “찾고 있는 신규 모델은 전환지원금 자체도 적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환지원금 받는 고객 별로 없다”면서 “전환지원금 받고 사면 6개월이나 1년 동안 비싼 요금제 써야 하고 기간 다 못 채우면 위약금 문다”고 말했다. 이후 매장 두 곳을 더 방문했으나 모두 ‘기기 변경’을 추천했다.
소비자 또한 전환지원금 제도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최근 핸드폰을 바꿨다는 김 씨는 “번호 이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결합 상품을 가입한 상황이라 혜택을 많이 보지 않고, 매장에서 이것저것 묻는 게 번거롭다”고 덧붙였다. 이명준 씨(30)도 “직접 알아보면서 소모하는 감정 비용이 더 많다”며 “최대 50만 원이라는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