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여전히 시장 분위기가 차가운 가운데 분양을 마무리한 단지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히 대형건설사 간판이나 입지라는 하나의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가격 메리트 등 '플러스알파'가 있는 곳들이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공급한 '안양 자이 더 포레스트'가 이달 초 완판됐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에 들어서는 단지로 지난해 10월 분양이 시작됐다. 1순위 청약에서는 115가구 모집에 1194명이 몰리며 평균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59㎡형에서 일부 미계약 가구가 발생하면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양지역에 앞으로 공급될 물량이 많았고 분양 시기가 연말 연초에 걸쳐 있어 수요자들 가운데 고민이 있었던 것"이라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호한 입지 여건 덕분에 선방한 분양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에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전반적인 흐름과 달리 일부 단지들은 이처럼 완판 소식을 알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2월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8095가구로, 1월(6069가구)보다 그 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12월(5803가구)과 비교해도 미분양 증가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하지만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를 비롯해 이달에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더 운정'(파주시 운정신도시), 한화건설 '한화 포레나 안산고잔2차'(안산시 단원구)가 계약을 완료했다. GS건설 '영통자이 센트럴파크'(수원시 영통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교역 팰루시드'(수원시 권선구)도 완판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증가 속 이들 단지의 흥행이 복합적인 호재와 가격 경쟁력이 모두 결합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요인만으로는 흥행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의 경우 향후 개발 전망과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격 인상이 시세차익 기대로 이어진 점이 완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안양 도심인 평촌이나 범계역 인근이 아닌 구도심에 위치해 있다. 선호 주거지역에서는 벗어난 곳이고 지하철 1호선 관악역이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도보로 19분이 소요된다. KTX 광명역까지는 차량으로 8분이 걸린다. 하지만 월곶판교선이 지나는 만안역(가칭)이 도보권 안에 들어설 예정이다. 화정초가 도보 1분, 안양중·안양여중·충훈고·안양고는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교육여건은 우수하다는 평가다. 생활권이 광명에 접해있어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해 49㎡ 기준 5억5420만 원~5억5750만 원, 59㎡ 기준 6억9870만 원~7억1210만 원, 73㎡ 기준 7억6640만 원에 책정됐다.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다소 높은 편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주변 단지 매매가가 올랐다. 같은 안양시 만안구 '래미안안양 메가트리아'는 2022년 59㎡형이 5억 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지난해 하반기 7억 원대를 터치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았던 석수동 인근에서 오랜만에 분양이 이뤄져 초반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며 "광명과 가깝지만 초기 분양가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주춤했으나 주변 단지 집값이 오르면서 다시 관심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과 매교 팰루시드의 경우 계약금을 낮추는 조건변경이 주효했던 것으로 지목된다. 두 단지 모두 입지조건은 매력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반응이 있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GTX-A노선 개통을 앞두고 있어 교통 호재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전용면적 84㎡형 기준 인근 단지(6~7억 원)보다 높은 8억 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된 것이 발목을 잡았다. 685가구 모집에 481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0.7대 1로 미달됐다. 2순위까지 진행했지만 신청자는 605명에 그쳐 0.88대 1의 저조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결국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춰 계약자들의 초기 부담을 덜기로 했다. 발코니 확장도 무상 제공하고 중도금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매교 팰루시드 역시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 미분양됐으나 계약금율 10%에서 5%로 줄인 뒤 완판됐다.
분양에 나선 지 일주일 만에 계약이 완료된 한화포레나 안산고잔2차의 경우 뛰어난 입지와 더불어 아직까지 분양이 많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잘 파고든 결과로 보인다. 공사가 진행 중인 신안산선이 완성되면 도보 거리에 위치한 신안산선 성포역에서 여의도까지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인근 지하철 4호선·수인중앙선 중앙역도 이용할 수 있다. 덕성초, 중앙중, 경안고도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안산 고잔 인근의 경우 지난해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이 분양되는 등 정비사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며 "매매가가 높은 지역에서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통적으로 교통이나 정주 여건이 뛰어난 입지에 들어선 단지 가운데 가격 메리트가 있는 곳들이 계약을 완료하고 있다"며 "계약조건 변경이나 할인분양 등을 실시하면 완판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