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숨기기 위해 늘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한나의 비밀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라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남자 주인공에게 오해도 하고, 자신의 비밀이 들킬까 봐 승진 제안을 거부하고 이직을 하고 이사를 해버립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줍니다. 처음 시작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육체적 관계로 충격을 주지만, 누구나 경험했던 청소년기의 방황과 풋풋함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동의가 되었다가, 갑자기 유대인을 탄압했던 독일 나치와 수용소 역사의 한 가운데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한 개의 행동은 한 개의 결과로 끝나지 않고 연쇄 작용을 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중성을 나타냅니다.
누구나 살면서 경험해 봤을 법한 아이러니에 나도 모르게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나치의 만행에 모르고 참여했던 일반 국민들의 무지는 유죄일까요?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억울한 상황에서도 재판을 포기하고 자신의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한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나요?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재판에서 유리할 것을 알지만 그 사실을 본인 의사에 반하여 사람들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은 옳은 것일까요? 이런 혼돈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여자 주인공이라면, 남자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여자 주인공이 재판장에게 던진 질문이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