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기업 불만 '솔솔'…정부는 프로그램 지속 의지
"밸류업 프로그램 다시 한번 들여다 봐야...연기금 참여 주목"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상승가도를 달리던 종목들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일부 종목은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전 수준까지 복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4·10 총선 이후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부정적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장에서도 다시 한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로, 특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기대감으로 올랐던 대표적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인 삼성물산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94% 내린 13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한창 크던 2~3월에는 최고 17만 원대를 찍었으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10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며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현 정부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하락세는 더욱 커졌다. 총선이 끝난 다음 날인 11일 삼성물산은 6% 넘게 하락한 채 시작했다.
지주사 중 LG의 경우 7만 원 초반대를 머물던 주가가 10만 원 고지를 밟았으나 이날 7만6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실상 밸류업 프로그램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금융주들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총선 전날(9일)부터 17일까지 삼성생명은 16.76% 빠졌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11.66%) △메리츠금융지주(-10.74%) △KB금융(-8.95%) △신한지주(-8.67%) 등도 크게 내렸다. 증권주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9.71%) △삼성증권(-8.05%) △대신증권(-5.94%) △NH투자증권(-5.58%) 등도 모두 하락했다. 일각에선 총선 이후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문제가 없다는 전망을 내놨으나, 적어도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친 모습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의 불만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재계 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15일 ‘기업 밸류업 전문가 좌담회’를 연 자리에서 “우수 지배구조 기준이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비롯한 비재무적 요소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정부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밸류업 정책을 소개하며 “단순히 일회성 쟁점으로 띄우는 것이 아니다. 일관되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밸류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18일과 5~6월까지 여러 이벤트 등도 대기 중이다. 우선, 18일엔 행동주의 펀드들과 만나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4월 말에서 5월 기업 실적발표 시즌에 주주환원 등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5월 중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2차 세미나와 그 다음 달인 6월 중엔 최종 가이드라인이 확정된다.
시장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들여다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연기금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1분기 때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수급은 외국인이었으나 투자 주체가 국민연금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현황은 2024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세가 관찰되는 시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