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전 직원에 지점 돌며 깜짝선물
북부영업본부 실적 눈에 띄게 증가
하나은행은 지난해 초 영업력 확대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1등 DNA’ 주문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에 방점을 두겠다는 포석이었다. 영업 조직을 총괄하는 임원들도 탁월한 세일즈 실적과 직원과의 공감 및 소통 능력을 갖춘 ‘검증된 인재’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1위 자리에 오른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김덕순 하나은행 북부영업본부장도 지난해 1월 인사 개편에서 서울 지역 북부를 책임질 리더로 발탁됐다. 북부영업본부는 서울 강북 전지역(동대문구, 강북구,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경기도 구리·포천·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로, 지점 30개와 출장소 4개로 이뤄진 큰 조직이다.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뒤 33년 동안 일선 지점과 본부에서 풍부한 현장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현장통’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남성들의 주 무대였던 영업 현장에 속속 여성 리더가 등장하는 등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입행할 당시 여행원 제도는 있었지만, 일부 업무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과 같은 차별은 사라진 시대였다”라면서 “다만, 여신 업무는 야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근무 여건 등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산으로 인한 공백은 김 본부장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었을 터. 그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육아휴직이 끝나기 3개월 전, 미리 업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육아와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복귀 이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복귀 전에 영업점 분위기나 전산시스템을 미리 익히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면서 “복귀할 때도 인근에 있는 영업점을 1순위로 보내주는 등 많은 배려를 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대표적인 ‘남초집단’으로 꼽히는 은행권에서 여성 리더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그는 ‘원 팀과 소통의 리더십’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 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주력하니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북부본부에 있는 630명의 직원 모두에게 지점을 돌면서 깜짝 선물을 전달했다. 소소하지만 영화 티켓, 과자 선물세트 등 선물을 모든 구성원에게 보낸다”면서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노력을 인정해주고 동기부여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의 ‘원 팀 지론’은 성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이 선임된 후 북부영업장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북부영업본부의 실적은 2022년 말 대비 △예금 12.6% △기업여신 12.7% △퇴직연금 27.6% 증가했다.
영업의 최일선에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점포에 필요한 것들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건의로 북부에 있는 센터에는 개별 마이크가 설치됐다. 조만간 행원의 말이 자막으로 나오는 전광판도 배치된다. 그는 “고객 연령대가 높은 북부 지역의 경우 온종일 고객 상담을 마치면 창구에 배치된 직원들의 목이 쉬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행원들의 성대 보호가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점포에 시스템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가 가진 강점으로는 배려심과 섬세함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여성들이 육아로 인해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불편한 점을 캐치하는 능력이 몸에 배어 있다”면서 “일할 때도 직원들이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부분을 더 칭찬해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하나금융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 1기다. 그는 “성향 테스트를 통해 강점과 보완점을 찾는 프로그램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 “업무를 할 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점도 알게 됐다. 지금도 그때 작성했던 결과지를 가지고 다닌다”며 웃었다.
김 본부장은 후배들에게 은행이나 그룹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하나 웨이브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잘 갖춰 있어 관심을 두고 신청하면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듣는 등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커리어를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올해 목표는 직원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원팀으로 움직였지만, 올해는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다는 것. 김 본부장은 “지난해는 올해의 성과를 위해 업체 300곳을 돌아다녔다”면서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다른 본부보다 많이 주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