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를 금지한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크게 늘렸다. 다만 향후 가입자 증가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933만 명(16%) 늘어난 2억 696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가입자 당 평균 수익(ARM)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3억7000만달러, 순이익은 2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가입자 수와 매출, 순이익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계정 비밀번호 공유를 단속하고, 광고요금제를 신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이용자와 계정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지난해 12월엔 기존 ‘베이식 요금제’를 폐지하고 광고 요금제, 스탠다드 요금제, 프리미엄 요금제로 개편했다. 광고 요금제는 콘텐츠 사이에 삽입된 중간 광고를 보는 대신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향후 실적과 가입자 수 전망이 밝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다음 분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내년 1분기부터 분기별 가입자 수와 회원당 평균수익(ARM) 등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회원 수에 월정액을 곱하는 과거의 단순 계산 방식은 비즈니스 현황을 파악하는 데 점점 더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넷플릭스는 주요 이정표에 도달하면 구독자 수치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가입자 증가에 대해서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분기 대비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매출 전망치 역시 94억9000만달러로 월가 기대(95억1000만달러)를 밑돌았다. 1분기 호성적과 달리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계정 공유 금지로 가입자가 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이상 가입자가 증가하지 않을 거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서드브릿지의 제이미 럼니는 마켓워치에 “넷플릭스의 가입자 기반 성장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포브스는 “스트리밍 강자(넷플릭스)가 1분기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세로 돌아왔지만, 일각에서는 비밀번호 공유 단속 성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이용자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173만여 명으로 전 달 대비 6.3%(약 79만 명) 줄어들었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MAU가 1200만 명을 밑도는 것도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넷플릭스의 흥행가도는 지속될 거란 전망도 있다. 팀 놀렌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TV 스트리밍 분야에서 여전히 확실한 선두주자”라며 “올해 구독자 수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매체 CNBC는 “넷플릭스가 5년 가량 이어진 스트리밍 전쟁에서 1인자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제 월가가 가입자 수가 아닌 매출, 이익 등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기업으로서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