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우려까지 커지면서 환율이 1400원을 다시 돌파했다. 한국은행의 구두개입 이후 환율은 1380원대로 내려왔지만, 대외 악재까지 겹쳐 국내 원화 약세는 지속하고 있다. 현재 원화 가격이 고점으로 전망되면서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 대신 안정성을 갖춘 환헤지 ETF가 주목받고 있다.
20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 환헤지 ETF, 상장지수증권(ETN)은 총 242개, 10조9880억 원 규모다. 전체 종목 수 기준으로는 19.9%, 순자산총액에서 지표가치를 나눈 운용자산 기준 7.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종목 수 비중 대비 운용자산 비중이 크게 낮은 이유는 평균적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자재 관련 환헤지 ETF, ETN이 집중적으로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된 원자재 관련 환헤지 ETF, ETN은 원유, 천연가스, 탄소배출권, 농산물, 귀금속 등 다양하다.
환헤지 ETF는 환노출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적다. 또 대부분이 선물 지수로 구성되어 있어 주로 참고하는 현물 지수와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상장 환헤지 ETF, ETN의 경우 ETF 종목명 뒤에 '(H)'로 표기하며, 합성으로 상장된 환헤지형의 경우 '(합성 H)'로 표기한다.
환헤지 ETF는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해외 자산의 기초가 되는 환율을 고정해 환율 변동 위험을 일부 혹은 모두 제한하고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만 수익률에 연동되는 ETF다. 환노출형 ETF의 경우 해외 자산의 가격 변동 외에 환율 변동도 수익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는 환노출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처럼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더 클 때는 환헤지 상품에 투자하는 편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환헤지 ETF도 제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먼저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투자 대상에 대한 관점과 결정에 있어서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며 "미국달러 자산의 경우 안전자산이라는 안전판 효과가 존재하는 만큼, 환헤지 ETF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각국이 긴축으로 시름 하는 가운데 미국의 나홀로 경기 호조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윤 연구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판단은 해당 국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본다. 이 경우 미국 환율도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달러의 경우 시장 리스크 발생 시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했다.
환헤지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달러화 약세 효과는 차단하지만, 환율 하락분보다 기준금리의 영향이 더 높기 때문이다. 환헤지 비용프리미엄이란 환의 위험성을 방지할 때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와 금리 전망을 함께 반영하는데,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5.5%), 유럽(4.5%)보다 모두 낮은 상태다.
양국 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금리가 더 낮은 국가는 환헤지 비용이 더 높게 들어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대표적 상품이 일본 증시에 환헤지로 상장돼 미국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만기 엔화 헤지 ETF(상장지수펀드)'다. 1년 선물환 기준 환헤지 비용은 연간 약 마이너스(-) 2.15%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