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학전' 대표 김민기가 암 투병 중 근황을 전했다.
21일 첫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1부에서는 33년 만에 폐관하는 대학로의 상징, 소극장 학전과 학전을 설립한 대표이자 '아침 이슬' 작곡가 김민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폐관을 앞둔 학전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 현장이 공개됐다. 김민기는 물론, '학전' 1기 배우 설경구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설경구는 마지막 공연을 마친 배우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눈물을 훔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설경구는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교수님이 만든 극단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내가 4학년인데 졸업을 하고도 5학년이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조금 버티다시피 하다 나왔다”고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막상 나오니 할 게 없었다. 그래서 학전 총무부 기획실에 아는 선배를 찾아갔고, 포스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며 "한 달 정도 지나니 그 선배가 ‘선생님이 지하철 1호선 하자더라’고 했다”고 학전 1기 멤버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오르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나는 노래도 안 되고 춤도 안 되는데, '그게 뭔가?'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냥 내가 성실해 보였다고 하더라. 그게 첫 인연이었다”며 “거짓말 같았다. 그래서 ‘진짜 하나?’ 의심하다가 원년 멤버들이 딱 모였는데, 오합지졸이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사회 나와서 김민기 선생님을 만난 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호강했던 시절이었다. 선생님 덕분에"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민기는 공연을 마친 배우들에게 "오랜만이다. 마지막 공연 했는데 다시 할지, 이걸로 끝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해 뭉클한 감동을 줬다.
한편, 학전 출신 배우로는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 등이 있다. 가수 고(故) 김광석, 동물원, 박학기, 들국화, 강산에 등이 이곳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학전은 지속적인 경영난과 김민기의 건강 악화가 겹치면서 33년 만에 폐관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학전 어게인 콘서트’에는 박학기, 노래를 찾는 사람들, 권진원, 황정민, 알리, 정동하 등이 참여해 마지막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