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까지 온 K-디지털치료제…확산까지는 먼 길?

입력 2024-04-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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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치료제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2종이 신규 허가를 받으면서 적용 가능한 질환도 불면증에서 시야 개선, 호흡 재활까지 확장됐다. 그러나 디지털치료제가 널리 쓰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충분치 않아,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뉴냅스의 인지치료소프트웨어 ‘비비드브레인(VIVID Brain)’과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소프트웨어 ‘이지브레스(EasyBreath)’ 2종이 국내 3·4호 디지털치료제로 19일 허가받았다.

디지털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의사 처방이 필요하단 점에서 일반 디지털 헬스케어와 차별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2월 15일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로 에임메드의 ‘솜즈(Somzz)’를 허가했다. 이어 4월 19일 웰트의 ‘웰트아이(WELT-I)’를 허가했다. 3·4호 치료제의 탄생은 그후 1년 만이다.

솜즈와 웰트아이는 모두 불면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불면증을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심리적·행동적·인지적 요인의 교정을 목표로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구현한 것이다.

비비드브레인과 이지브레스가 이번에 허가받으면서 디지털치료제의 사용 범위도 늘어났다. 비비드브레인은 뇌 질환으로 인한 시야장애 환자에게 12주간 반복적인 시지각 학습훈련을 제공해 좁아진 시야를 개선한다. 이지브레스는 만성폐쇄성질환, 천식, 폐암 등 환자에게 8주간 맞춤형 호흡 재활훈련을 제공해 유산소 운동능력과 호흡 곤란 증상을 나아지게 한다.

이처럼 디지털치료제는 생활습관 개선이나 지속적인 훈련을 유도해 만성질환의 위험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사망원인에서 중증질환의 비중은 점점 줄고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앞으로 디지털치료제의 역할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충분히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지 못하는 빈자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는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2023년 61억 달러(약 8조 원)에서 2028년 219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치료제 개발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이 가장 활발하며, 유럽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국내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기대만큼 크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의 비급여 처방 후 다시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국민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가능한 현 제도가 걸림돌이다. 3~5년간의 비급여 처방 임상 자료를 수집하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수 있고, 평가에 걸리는 시간은 250일에 이른다. 식약처 허가 후 최소 4년은 지나야 급여 등재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미국은 민간 보험회사의 보장·급여 중심으로 디지털치료제가 쓰인다. 유럽은 디지털치료제의 비용 보장·급여가 보건당국의 급여 심사와 결정에 따라 공적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독일의 경우 3개월간의 평가를 거치면 임시 등재가 가능하고 1년간 효과 검증이 끝나면 영구 등재하는 발 빠른 정책으로 유럽 디지털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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