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77위의 중견 건설사 삼부토건이 재무 부담으로 직원 임금을 체불한 가운데, 지난해 이사 보수는 억대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상태가 악화하는 기간 이사 1인당 보수는 오히려 늘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삼부토건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해 이사·감사 보수로 총 10억4199만 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1577만 원이었다. 2021년 총액 7억7664만 원, 1인당 지급액은 9708만 원이었던 보수가 지난해 말 기준 19.52%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같은 기간 직원 보수도 증가했지만 이는 근속연수가 늘어난 데 따른 흐름으로, 상승폭 역시 이사·감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6개월, 급여 총액은 231억386만 원이었다. 1인당 평균 6795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5개월로, 총 328억2595만 원이 지급됐으며 직원 1인당 평균 7511만 원을 받아 1인당 평균 보수는 10.5%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이사 보수가 늘어난 기간 삼부토건의 재무 상황은 악화했다는 점이다. 경영상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실적 악화 상황에서도 높은 임금을 챙겨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삼부토건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781억5199만 원으로 43억5312만 원이었던 2021년 말 대비 730억 원이나 폭증했다. 매출원가는 2021년 3258억9738만 원에서 지난해 6105억3227만 원으로 역시 두 배로 불어났다. 부채 역시 2021년 3077억 원에서 지난해 411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은 52억9200만 원, 영업현금흐름은 -1197억7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2014억9900만 원에 달한다.
최근 공시된 감사보고서에서도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에 대해 '한정' 의견을 받으며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 발생, 부(-)의 영업흐름 등을 들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회사가 존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상황인가에 의심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삼부토건은 별도 기준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검토)의견 비적정 여부 '한정'에 해당됐다.
황준성 인덕대 세무회계과 교수(공인회계사)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실적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판단이 나온다"며 "다만 회사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부적정' 의견까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부토건은 임원 보수를 늘린 대신, 임직원 임금을 체불했다. 현재 3월분 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삼부토건 직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즉각적인 급여 지급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노동위원회 간사는 "임금은 재산권 문제이기 이전에 생존권과 직결되는 부분이 대부분"이라며 "채권 가운데 임금채권은 가장 마지막에 다뤄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