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노숙자 급증으로 골머리
대법원, 6월 말 판결 예정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법관들은 미국 오리건주의 소도시가 집행한 노숙 처벌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하급심과 관련해 구두변론을 심리했다. 이날 심리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건의 시작은 오리건주에 있는 인구 약 4만 명의 소도시 그랜츠패스시다. 그랜츠패스 시 당국은 2013년 공공장소에서 텐트나 침낭, 담요 등을 사용해 야영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조례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해당 규정을 어기면 최소 295달러(약 4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반복해서 규정을 위반한 것이 적발되면 30일간 도시 내 공원 이용이 금지되고, 해당 접근 금지를 어길 경우에는 최대 30일의 징역형과 1250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에 2018년 이 도시의 노숙자 3명이 노숙을 금지한 시 당국의 조례가 ‘잔인하고 이례적인 형벌(cruel and unusual punishment)’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8조에 위배된다며 시(市)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랜츠패스 시 측은 당국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00회 이상의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해당 규정을 적절하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랜츠패스 공공안전부에 따라 해당 규정이 ‘집이 없다는 상태’(homelessness)는 그 자체로 범죄가 아니라고 명시돼있으며 시 당국이 집이 없다는 상태만을 가지고 구금이나 법 집행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고 짚었다.
하지만 오리건주 연방 지방법원은 해당 규정이 수정헌법 제8조 위반이라며 노숙자 측의 편을 들었다. 이후 연방 항소심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순회법원도 하급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 당국이 야간에 이 법을 집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낮에도 24시간의 사전 통보 없이는 법을 집행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시 측이 다시 항소를 제기하면서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하게 됐다. WSJ은 보수성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법원에서 제9 순회법원 접근 방식이 공무원들의 지역 사회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재량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은 6명, 진보 성향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공공 화장실이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수정헌법 제8조에 따라 노상 방뇨를 할 권리를 갖는 것이냐”면서 “그렇게 되면 앞으로 미국 전역의 판사들이 수정헌법 제8조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수면은 생물학적으로 필수적인 행위이며 집이 없거나 노숙자 쉼터에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중도 노선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랜츠패스 시의 조례가 노숙자를 위헌적으로 범죄화했다면서도 제9 순회법원은 정부에 너무 제한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 연방정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노숙인이 약 65만 명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법원은 오는 6월 말까지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