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갈 데 없어…대한민국에서 보지 못한 의료 현실 경험 우려”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지키던 의과대학 교수들이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남에 따라 의료공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25일로 예정됐던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가시화되지는 안은 상황이다. 하지만 의대증원을 두고 의정(醫政)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대화 가능성도 닫혀 있어 계속된 의료공백에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교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지 30일이 지나 민법상 사직 효력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의대 교수들의 사직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수리 예정인 사직서가 없다며 실제로 병원을 떠나는 의대 교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두 달 넘게 의정 갈등으로 인해 수술이 연기되고 진료가 미뤄진 환자와 보호자들만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날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뚜렷한 사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이후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30일이 지나 사직서의 제출 효력이 발생한 첫날이지만, 실제 진료현장을 떠난 교수들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방재승 교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5월 1일부로 비대위 수뇌부 4명이 사직한다”고 말했다. 강희경·안요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8월 31일 사직할 계획이라고 알리고 돌보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연계하는 등 업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부터 각자 개인 스케줄과 담당 환자 진료 상황 등을 점검하며 사직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대 교수는 “이번 학기까지 계약된 전임 교수들의 경우 학기가 끝나는 8월 31일을 사직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치료 시기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환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교수가 한명 두명 사직하게 되면 다른 교수들의 근무 강도가 세지게 되고 결국 피로가 쌓이며 모든 교수가 의료현장을 떠날 수 있다”며 “환자들은 지금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문제는 사직하는 교수님들이 언제 어떻게 그만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회장은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신규 환자를 받고 있지 않다. 2차 병원, 지역병원도 지금 예약하면 1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갈 데가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전공의 사직 때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보지 못한 의료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의료 붕괴는 가속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가 빠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에 대해 김성주 회장은 “의료개혁특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의료계와 하루빨리 만나서 이야기 해야 한다. 정부가 왜 이리 느긋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도 “아직 사직한 교수들은 확인되지 않지만, 사직할 날짜가 됐다고 말하는 교수들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며 “2001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이 30~50% 증가했다. 지금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표는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만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의대 증원을 하면서 여러 지원책을 주던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했던 것처럼 없던 일로 하고 재논의하자고 하던지 둘 중 하나”라며 “둘 다 답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