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에 입장했더니 1500만 원 혜택"…프로야구 기념구 이모저모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25 17: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SSG 최정이 4월 2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개인 통산 468호 홈런을 기록하며 KBO 리그 통산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운 뒤 자신의 기념비적인 홈런볼을 잡은 회사원 강성구(37) 씨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SSG 랜더스)

'소년 장사'에서 '야구 천재'로 거듭난 최정(37·SSG 랜더스)이 한국프로야구(KBO) 역사를 새로 써내려갔습니다. 최정은 24일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통산 468호 홈런을 터뜨리며 리그 역대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는데요.

이날은 최정 개인은 물론 KBO리그에도 기념비적인 하루였겠지만 주목받은 주인공이 한 명 더 있었죠. 바로 최정의 홈런볼을 잡은 주인공은 강성구(37) 씨였는데요. 강 씨는 이날 좌측 외야에서 최정의 468호 홈런볼을 자신의 글러브로 낚아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강 씨는 흔쾌히 구단에 홈런볼을 기증했는데요. 그는 "11월부터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데 마침 최정 선수의 홈런 기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야구장에 왔다"면서 "최정 선수의 홈런 방향을 보다가 왼쪽 외야에 양옆이 비어있는 좌석으로 잡았다. 공이 낮게 와서 안 잡힐 줄 알았는데 공이 글러브에 들어와 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죠.

(사진제공=SSG 랜더스)

사회인야구단에서 좌익수 포지션을 맡던 강 씨는 이날 외야수다운 적절한(?) 타구판단으로 상당한 혜택을 받게 됐는데요.

앞서 SSG 구단은 2024~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 사인 배트, 선수단 사인 대형 로고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를 제공하고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에서는 140만 원 상당의 이마티콘(이마트 온라인 상품권)을, 스타벅스에서는 음료 1년 무료 이용권을 증정한다고 밝혔죠.

여기에 조선호텔 75만 원 숙박권과 SSG 상품권 50만 원권도 주어지며, 환산할 경우 총 1500만 원 상당의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이승엽 56호 홈런볼 위해 잠자리채 동원…통산 '600호'는 1억5000만 원

(출처=SPOTV 영상 캡처)

과거 사례에 비춰보았을 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요. 과거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인 이승엽(은퇴·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56호 홈런볼을 잡은 팬이 구단에 기증하자 구단으로부터 56돈짜리 순금 야구공을 선물 받았다는 것이죠. 금 1돈은 현재 약 43만 원가량에 거래됩니다.

홈런볼과 관련된 비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흔히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홈런은 언제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상징적인 기록인데요. 홈런볼은 애초에 선수가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기록이 걸려있는 '기념구'를 잡으려는 팬들의 노력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과거 이승엽의 56호 홈런을 잡으려는 팬들은 야구장에 잠자리채를 동원하기도 했죠.

따라서 스타 선수의 기록적인 기념구는 어마어마한 금액대로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호 홈런볼은 온라인 경매에서 1억5000만 원에 팔렸고, 이는 한국 스포츠 경매 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이외에도 이승엽의 개인통산 300호 홈런볼은 기업인이 1억2000만 원에 사들여 삼성 구단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되었듯 홈런볼의 소유자는 대부분 관중인 만큼 이와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도 화제가 됐는데요. 지난해 6월 20일 KBO 리그 최초 1500타점을 달성한 최형우(42·KIA 타이거즈)의 홈런볼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초 1사 1루상황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통산 1500타점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498타점으로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통산 타점 공동 선두를 달리던 최형우는 KBO 최초 1500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연합뉴스)

이날 최형우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렸는데요. 중앙 담장 너머 잔디를 맞고 튀어올라 그라운드에 되돌아온 홈런볼을 한화 중견수 문현빈이 무심결에 외야 관중에게 던져준 것이죠.

이에 한화 구단 경호팀에서 기념구 회수를 시도했지만, 공을 주운 관중이 직접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당사자인 최형우는 “개인적으로 공 필요 없다. KBO에서 필요로 하면 모를까 저는 안 가져도 된다”고 쿨하게 넘어갔는데요.

하지만 다행히 해당 관중은 다음 날 기념구를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구단은 해당 팬을 홈경기에 초청해 사인볼, 배트, 유니폼 등 소정의 선물을 전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념구' 수집시장 활발한 MLB, 구단·팬 사이 실랑이도

▲2022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홈런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를 달궜다. 그리고 기념비적인 그의 62호 홈런은 경매를 통해 150만 달러에 낙찰됐다. (AP/연합뉴스)

이처럼 '기념구'는 돌려주지 않아도 그만인데요. 다만 국내와는 다르게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기념구 수집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슈퍼스타의 사인볼 가격만 해도 엄청난데요. 이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나곤 하죠.

2022년에는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62호 홈런볼을 잡은 팬에게 양키스 측이 공을 회수하기 위해 3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이후 두 달 뒤 해당 팬은 홈런볼을 경매에 내놨고, 제시한 금액의 반값인 150만 달러에 팔리며 손해 아닌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구단으로부터 '정품 인증'을 받아야만 값어치가 생기는데요. 이 문제를 두고 구단과 팬이 실랑이를 벌이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10년-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의 첫 홈런볼을 잡은 팬이 다저스에 강탈당했다고 주장해 또 한 번 큰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공을 회수하기 위해 구단 보안 요원들이 빠르게 해당 팬에게 접근해 강압적으로 격리한 뒤 공을 회수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해당 팬은 설사 자신들이 이 공을 집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정품 인증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공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죠.

대신 사인볼과 사인이 된 모자, 그리고 사인 배트를 받는 선에서 교환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부부가 다저스로부터 받은 물품의 가치는 시장가로 봤을 때 수천 달러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매체는 헤리티지 옥션의 책임자 크리스 아이비와 인터뷰를 인용해 이 홈런볼의 가치가 최소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빅리거 이정후, '김하성' 팬과 훈훈한 사례 남겨

(사진제공=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위와 같이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곤 훈훈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앨버트 푸홀스(은퇴·당시 LA 에인절스)의 통산 2000타점 공을 습득한 팬은 5만 달러(약 5900만 원)까지 주고 사겠다는 제안를 받았지만 거부하고 한 푼도 받지 않고 직접 명예의 전당을 찾아가 공을 전달했죠.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정후도 '훈훈한' 사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빅리그 첫 홈런을 쳤는데요. 우중월 펜스를 넘긴 홈런볼을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 팬이 잡은 것입니다. ESPN에 따르면 이 가족은 이정후에게 기념 구를 전달했고, 사인볼 3개와 샌프란시스코 모자를 선물로 받았죠.

이정후의 기념 구를 돌려준 팬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로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하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공을 돌려준 가족들은 이정후에게 김하성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이 말을 들은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내가 하성이 형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한편 최정이 468호 홈런을 때려내며 KBO 역대 최초 500홈런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상 첫 리그 500호 홈런볼의 주인공이 언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