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시간 반의 기자회견.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했지만, 그 모든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일타강사 수업'과도 같았는데요.
25일 오후 시간을 송두리째 뺏어갔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후폭풍이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 대표는 이날 모회사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는데요.
손에 그 어떤 종이 한 장도 없이, 오직 마이크만 든 민 대표는 2시간 반을 정말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 "희대의 촌극",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내가 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나는 개처럼 일만 했다",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등 격한 발언도 쏟아냈죠.
이 과정에서 기사글로 담을 수 없는 욕설도 이어졌는데요. 정말 전에 없던, 후에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기자회견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민 대표의 작심 발언은 기자회견에 함께한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도 당혹케 했는데요. 애써 민 대표를 말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힙합"이라는 평가가 쏟아진 이 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부당대우를 받아본 직장인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듯", "PTSD 올 지경, 나도 당해봤다", "진짜 자기들은 담배 피우고, 골프 치고 놀면서 평가하는 잣대 너무 싫다", "절대 하지 못할 말, 대리 사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고요.
한편에서는 "민 대표 같은 상사 밑에선 감정적인 단어들 들으며 힘들듯", "민 대표를 후배로 두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감정적인 상사 밑에서 고통받았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등의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민 대표의 욕설을 두고 "이것이 오리지널"이다라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들어왔던 '연기'가 아닌 '실체'를 목도했다며 "본 고장의 한국욕, 격이 다르다"라는 놀라움이었죠.
민 대표는 이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CEO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그간 자신과 어도어 소속 가수 뉴진스에 대한 부당대우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하이브는 민 대표가 이날 제기한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는데요. 하이브는 보도자료에서 경영권 탈취가 농담, 사담이었다는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상대인 부대표는 공인회계사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와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인물"이라며 "회사의 재무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어도어의 핵심 경영진이 업무일지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라고 적었다. 결코,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날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했죠.
양측이 입장이 첨예한 상황 속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도 양분돼 있는데요. K팝 산업을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린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과 함께 말이죠.
결국, 피해는 민 대표의 말마따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티스트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민 대표에게 멱살 잡혀 끌려 나온 르세라핌, 아일릿 등도 적지 않은 악플로 고통받고 있죠.
26일 르세라핌 소속사 쏘스뮤직은 공식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당사는 공개석상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 및 무례한 표현과 함께 타 아티스트의 실명을 존중 없이 거론하는 작금의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향후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K팝 산업의 이면을 이렇게 마주할 줄 몰랐던 요즘, 이 사태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무엇보다도 민 대표의 이번 기자회견은 이후 '색다른 기자회견'이 등장할 때마다 회자될 것이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