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이상 차담으로 진행
-전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채상병 특검법 등 촉구할 것으로
-팽팽한 쟁점들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여 협치 물꼬 틀지는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갖는다.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720일 만에 처음이다. 차담으로 이뤄지는 이번 회담은 약 한 시간 이상 진행될 전망이다. 민생 및 국정 현안 모두 양측의 간극이 커 회담이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동안 영수회담을 한다.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차담 형식으로 이뤄진다.
배석자는 각각 3명씩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동석한다.
그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두 차례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의제 조율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회담 전 의제 설정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 무게를 둔 반면, 대통령실은 의제 제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데에 방점을 찍어서다.
양측의 기 싸움으로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이번 영수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며 의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6일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이 민생 경제를 살리고,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담의 민생 현안으로 '전국민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간판 의제로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약 13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간 보편적인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민생 현안 해결에 인식을 같이 하는 만큼 금액과 방식, 명칭 등을 조정하면서 한발 뒤로 물러날 가능성이 관측된다.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 중 채상병 특검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5월 2일과 채상병 특검법 처리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역시 의제로 올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 부분은 수용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나오지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 여야, 의료계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번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경청에, 이 대표는 성과에 이번 회담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의제 대부분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여왔던 쟁점들인 만큼 '첫 만남'이라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역대 영수회담 역시 성공사례를 꼽기가 쉽지 않다. 2005년 9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영수회담, 2018년 4월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홍 대표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2000년 6월 당시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만남이다. 특히 당시 의약 분업 사태와 관련해 김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 합의를 끌어내면서 의약분업이 시행되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독대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