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영수회담’ 성과는...연금ㆍ의료개혁 '공감', 지원금ㆍ재생에너지 '유감'

입력 2024-04-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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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윤 대통령에게 전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첫 영수회담이 이번 정부 출범 720일 만에 성사됐다. 양측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던 터라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협치’의 명분은 충분히 쌓았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회동에서 주로 민생현안에 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경청’에 무게를 뒀다. 그간 쌓여왔던 ‘불통’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20여 분간 A4용지에 빼곡히 적어온 이 대표의 요구사항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의 말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이 대표 역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민생회복을 위한 국정운영의 동반자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탁했다. 윤 대통령도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이 대표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회담 전부터 강력하게 거론됐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윤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요청했다.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13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소비활성화가 진작되고 있다는 현 상황을 고려해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다. 다만 소상공인 대출이자 지원 등의 대체 방안으로 협치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있다. 아니면 이 대표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요청했던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의 조기화나 전세사기특별법 우선 처리 등을 통해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 갈등도 야당과 협치를 통해 풀 여지가 생겼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의료개혁의 동력이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감사를 표하며 민주당의 협력을 약속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미래 의제’를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가 국회에서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풍력법)을 동시 처리하는 데부터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로 대변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 대표의 입장을 듣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 번의 영수회담으로 모든 꼬인 매듭을 풀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면서 “윤 대통령 또한 예상했던 요구인 만큼 구체적 대응을 회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수회담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를 두 차례 열어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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