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도입 힘입어 재도약 전망
2030도 관심 보여…초장기 TDF도 상장
이중 수수료 등 보수 구조 잘 따져야…“지속적 개선"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설정액)이 10조 원에 달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연금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커진 데다 지난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본격 시행된 후 TDF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도 빨라지고 있다.
2030 세대들의 관심도 커졌다. 인공지능(AI)·2차전지·초전도체 주 등 각종 테마성 주식이 뜨겁게 떴다가 이내 가라앉는 모습에, 지친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기 투자 상품에 끌리는 것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 설정액은 현재 9조38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8조5746억 원)보다 9.5%가량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TDF 상품은 이날 기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35’으로, 총 575억 원 넘게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키워드림TDF2030’과 KB자산운용의 ‘KB다이나믹TDF2030’에는 각각 479억 원, 410억 원의 설정액이 순유입되며 그 뒤를 이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매일 KB다이나믹TDF2030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주식과 채권 투자비중이 약 60%대 40%의 안정적인 자산배분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와 디폴트옵션을 저위험 등 위험도가 낮은 유형으로 지정해 자동·정기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 관심이 많다”고 했다.
TDF의 최근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전체 TDF의 평균 수익률은 약 3.56%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73%)과 국내채권형 평균 수익률(0.12%)보다 높다. 주식과 채권을 적정한 비율로 섞었기 때문에,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중간 성적’ 이상의 성적을 안정적으로 내는 셈이다.
2016년 국내에 첫 도입된 TDF는 4년여 만에 170배 이상이 됐다.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 호재가 성장을 이끌었다.
2022년엔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ETF 형태의 TDF도 출시됐다. 시장에는 운용 데이터가 축적되며 더욱 다양한 상품이 쏟아졌다.
지난해 7월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이 본격 도입되면서 TDF시장은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투자금을 굴리도록 한 제도다.
미국의 경우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후 5년간 TDF 시장이 약 15배 급성장했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게 좋은데, TDF가 대표적인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어났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달 2080년을 목표시점으로 하는 초장기 TDF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서도 은퇴에 대한 관심이 커진 터라 TDF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TDF 상품 대다수가 재간접형 구조라 수수료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어 보수 구조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TDF도 투자 상품이라서 시장이 크게 요동치면 손실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DC형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개선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집합적 DC형 퇴직연금 등 다양한 방식이 모색될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TDF가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목표일 이후를 염두에 둔 상품 개발, ETF의 활성화에 대응, 비용 인하 등 TDF의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된다”고 했다.